해외유학과 이민이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지는 것 같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각자의 처지에 맞는 장래설계를 위해 외국에 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유학이나 이민도 일종의 해외진출이라고 본다면 국력신장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근본원인이 해외진출 의욕보다 교육 경제 행정 등 우리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부조리와 비효율에 대한 절망감 때문이라는 사실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해외이민은 더이상 옛날처럼 ''돈없고 백없는'' 서민들이 찾는 ''최후의 탈출구''가 아니다.

유학이나 이민을 위한 설명회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고, 대표적인 중산층인 30∼40대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찾아 미련없이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을 단순히 한때의 유행이나 외환위기 이후의 일시적인 경제난 탓으로만 돌리는건 무리다.

그보다는 우리사회의 미래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더 큰 원인이라고 봐야 한다.

교육문제만 해도 살인적인 입시지옥과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등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전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와 교육전문가들 대다수가 현재의 교육현실을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보면서 미래에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조사결과가 엄청난 불신과 절망감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오죽하면 유학 보내기 어려울 경우 이민이라도 가겠다고 하겠는가.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배신감도 대단하다.

어렵게 대학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구하지 못해 청년층 실업이 급증하고 있고 정리해고 바람에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도 가중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니 대학생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7%가 이민 가고 싶다고 응답할만 하다.

게다가 지난 10여년동안 정부는 입만 열면 규제완화다, 4대개혁이다 떠들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각종 행정규제와 준조세에 시달리고 있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개혁은 요원해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민이나 유학은 각자의 형편에 따라 얼마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며 편향된 시각으로 봐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에 절망한 나머지 선택한 최후수단이라면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정부와 사회지도층은 이같은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회전반의 과감한 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