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정부''가 출범한지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에 대해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시장경제의 기틀을 확립했다는 평가에서부터 인기주의에 영합, 거품을 양산하고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초토화시켰다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국민의 정부를 평가하는 가장 객관적인 기준 가운데 하나는 관념적인 이념논쟁보다 장단기적 관점에서 성과와 비용을 모두 고려하는 방법일 것이다.

''단기적 성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민의 정부는 지난 3년간 한국경제가 당면했던 각종 문제들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극복했다.

외환보유고가 고갈되는 국가부도위기에서 이제 세계 5위의 외환보유국가로 변화했다.

외환위기 직후의 마이너스 성장률에서 작년에는 9%가 넘는 고도성장을 달성했다.

사상 초유의 대량부도,대량실업이라는 사태가 경제 및 사회시스템의 붕괴로 연결되는 것을 차단했다.

그러나 ''장기적 성과''라는 측면에서 볼 때 국민의 정부 3년은 과거 패러다임의 파괴과정일 뿐이며 민간과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한국경제의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작업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4대 부문 구조조정은 금융부실 축소, 소수의 한계기업 퇴출 등 일부 성과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분야에서 ''무늬만 구조조정''이 되고 말았다.

항상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나, 실제 정책은 시장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강조됐지만, 실제 정책은 사안과 경우에 따라 입장을 달리하는 비일관성과 예측불가능의 연속이었다.

시스템 개혁이라는 기치는 요란했으나, 실제로는 인치(人治)로 점철됐다.

과거의 성장원동력을 해체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새로운 성장원동력을 정부가 나서서 직접 찾으려는 오류를 범했다.

''단기적 비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경제가 지난 3년간 부담했거나 또는 향후 1∼2년 내에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매우 커 보이지는 않는다.

상당수의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도태됐지만,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공기업 또는 일반 기업의 자산이 헐값에 외국에 매각된 경우가 적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시대에는 매각 후에도 국내에 남아 있는 유형고정자산의 경우에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실업자 증가문제가 가장 큰 부담으로 판단되나 국제적인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사회안전망 도입 또는 확대에 소요된 비용은 아직까지는 우리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단기적 성과''를 얻기 위해 우리가 부담해야 할 장기적 비용은 엄청나다.

금융 구조조정을 위해 투입한 막대한 공적자금은 결국 후손들에게 엄청난 부채를 넘겨주게 될 것이다.

재정지출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이나 즉흥적으로 확대된 사회안전망은 향후 재정정책의 운용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지속적인 저금리정책은 통화정책의 유용성을 저하시키고 최종적으로는 물가를 자극하게 될 것이다.

땅에 떨어진 기업가 정신, 계층간 지역간 세대간 심화되는 갈등구조, 그리고 모든 경제주체들 사이에 만연한 모럴해저드와 상호불신 풍조는 향후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다.

결국 국민의 정부 3년 동안 단기적 관점의 성과는 있었지만, 장기적 관점의 성과는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 부담한 비용은 적어 보이지만, 향후 장기적으로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제 국민의 정부에는 2년이 남아 있다.

정권보다 경제가 우선이다.

국민의 정부는 이 기간만이라도 단기적 성과에 연연한 즉흥적인 심리전술이나 대증적인 정책에 의존하지 말고 시장과 원칙에 입각한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야 한다.

상충되는 목표를 단기간에 모두 해결하겠다는 조바심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한가지 목표라도 충실하게 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세대에는 ''국민(國民)의 정부''가 미래 세대에는 ''궁민(窮民)을 만든 정부''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shkang@cc.sungshi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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