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원장의 파행적 인사조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그는 소신을 갖고 정책대안을 제시한 유재규 회계제도실장을 전격적으로 보직해임하고 증권검사1국 수석검사역으로 강등시켰다.

지난 16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분식회계 면죄부 논란''이라는 기사가 보도되자 ''확정되지 않은 중요 정책 사안을 누설했다''며 책임을 물었다.

금감원 안팎에선 이를 두고 ''인사권 남용''이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정책실무자의 창의성을 짓밟았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독보적인 회계전문가로서 그의 역할이 컸는데 안타깝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조치가 직원들에게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소리가 높다.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사조치를 당한다면 과연 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겠느냐는 것이다.

유 전 실장은 평소 "기업이 회계장부 조작으로 숨긴 부실을 곪아터질 때까지 떠안고 가도록 놓아 두면 제2의 대우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래서 과거 분식회계를 스스로 털어내는 기업에는 행정처벌을 한시적으로 면제해 회계장부를 클린화하자고 제시했었다.

물론 유 전 실장의 정책아이디어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분식회계문제로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라든지 세제문제 등의 해결이 결코 만만치 않다.

사회적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창의적 아이디어에 대해 책임을 묻기보다는 문제의 본질부터 냉철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일수록 밀실에서 정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터놓고 공론화시키면서 정책의 장점과 문제점을 함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금감원은 유 전 실장이 추진한 방안을 놓고 ''공청회''를 여는 등의 방법으로 각계 의견을 모아나가야 한다.

기업회계의 투명성 확보는 한국경제가 국제적 신뢰를 얻기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인사조치 등으로 간부들의 입을 틀어막기보다는 다양한 의견을 들으면서 분식회계 근절을 위한 효율적 정책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최명수 증권1부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