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한국방문의 해.

우리나라를 찾은 외래관광객이 지난해 처음으로 5백만명을 넘었다.

외래관광객 5백만명 돌파는 아시아지역에서 7번째다.

98년 4백만명선을 웃돈데 이어 2년만에 받아든 성적표로 관광한국의 미래에 밝은 빛을 던졌다.

이 여세를 몰아 2003년 7백만명, 2010년엔 1천만명 이상의 외래관광객을 끌어들인다는 다짐들이다.

여건은 좋은 편이다.

2002년 월드컵, 부산아시안게임 등의 "도약대"가 앞에 있다.

그러나 타성에 젖은 자세로는 열매가 맺히도록 할 수 없다.

88서울올림픽 이후의 실패담이 좋은 예다.

세계관광의 변화흐름을 정확히 읽고 지속가능한 외래관광객 유치전략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심에 "문화"가 있다.

관광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키워드는 단연 "문화"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에서, 어울려 알고 느끼는 쪽으로 관광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일부지역, 특정계층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지구촌규모의 관광시장 변화추세가 그렇다.

"문화관광은 세계여행시장의 5대 핵심부문중 하나로 급부상할 것"이라는게 세계관광기구(WTO)의 예상이다.

지난해 6억8천만명을 헤아렸고 2010년엔 10억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는 국제관광객의 상당수가 문화즐기기를 우선해 길을 나서리란 분석이다.

자연환경, 체험 등의 주제는 그런 흐름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이는 남과 다른 개성과 문화감수성을 드러내 살리려는 21세기 삶의 태도변화와 맞닿아 있다.

경제.사회적 통합이 강화될수록 개개인의 내면엔 스스로를 남과 구분지으려는 욕구가 커지게 마련이다.

몰개성화 추세속의 개성찾기다.

관광분야에서도 종교, 역사, 문학 등 "문화의 멋"을 향유하는 방향으로 욕구의 분출구가 트일 것이란 전망이다.

캐나다 동부의 프린스 에드워드섬의 경우가 그런 추세를 뚜렷이 보여준다.

제주도 3배 크기, 인구 57만명의 이 섬은 그저그런 휴양지에 불과했다.

1백여년 전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자신의 고향인 이곳을 무대로 쓴 "빨강머리 앤"이란 소설의 인기에 착안, 섬 곳곳을 소설속의 장면대로 재현했다.

줄거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기념품과 이벤트상품도 내놓았다.

관광객이 소설을 읽을 때 느꼈던 문학적 향취를 실감할수 있도록 한 것.

문화체험이 강조되는 관광흐름과 맞아떨어졌다.

한해 1백20만명이 찾는 세계적 관광지로 떠올랐다.

이들이 쓰는 돈만 해도 연간 2천4백억원(3억 캐나다달러)을 헤아린다.

문화관광의 효과는 당장의 돈벌이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이미지 형성에 긍정적이란 점에서 파급력이 크고 지속적이다.

좋은 국가이미지는 브랜드가 해당상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재구매를 유도하는 식의 효과를 낳는다.

그 영향력은 관광 이외의 분야에까지 미쳐 복합상생효과를 강화한다.

각국이 문화관광 활성화에 주력하는 이유다.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등 유럽의 관광선진국들은 문화를 키워드로 한 관광개발에 많은 힘을 쏟고 있다.

자국의 전통과 문화유산 보호를 제도화하고 연계상품개발 및 홍보에 적극적이다.

동남아지역 국가도 마찬가지다.

쇼핑천국으로서의 관광이미지를 쌓아 왔던 홍콩은 문화유산관광프로젝트팀을 새로 구성하는 등 문화관광 촉진에 힘을 쏟고 있다.

태국 역시 "대량관광"이 아닌 "문화관광"에 초점을 맞춰 자국관광의 질적도약을 꾀하기로 정책방향을 틀었다.

타지역보다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아시아지역을 향한 외래관광객을 더 많이, 더 지속적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관광한국의 중심축도 문화를 기반으로 한 토대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다.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맞는 고부가가치형 관광산업의 틀을 확고히 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동안의 관광객 유치에 기여한 "싸구려 관광" 이미지를 떨쳐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본인을 중심으로 한 저가 의류쇼핑이나 미용관광 등으로 손에 떨어지는 작은 경제적 이득에 만족할수는 없다.

그러한 관광구조로는 "노 투어 피"도 불사하는 과당 덤핑경쟁을 유발, 몰락을 앞당길 뿐이다.

일본관광객 유치는 하면 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여행사 사이에도 퍼져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인관광도 이미 똑같은 길을 걸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면 해외여행 단속부터 떠올리는 관광당국과 관광수지가 국내 경제상황에 반비례하는 "천수답 관광" 구조로는 외래관광객 1천만명 유치목표가 꿈에 머물수 밖에 없다.

외래관광객이 한국문화의 본래가치에 열광토록 함으로써 한국관광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갈수 있는 실천적 정책대안과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