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여성들이 그 어느때보다 화려하게 지구촌을 수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세계경제계에서 뛰는 여성기업인과 전문가들의 활약이 눈부실 전망이다.

재계에는 이미 여성파워가 넘쳐나고 있다.

세계 초대형기업의 최고경영자, 국제금융시장을 주무르는 증시분석가 등.

21세기 첫해인 올해에는 이런 여성들의 파워가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지난 1년여간 여성시대의 초석을 다졌고, 앞으로도 맹활약할 "해외재계의 여성리더들"을 소개한다.

<> 기업계 =세계 2.3위를 다투는 컴퓨터업체인 미국의 휴렛팩커드(HP)는 지난해 9월 칼리 피오리나(45) 사장 겸 CEO에게 회장자리까지 맡겼다.

굴지의 첨단기술업체에서 여성이 3개 직함을 전부 접수하기는 사상 초유다.

피오리나는 지난 98년부터 미국 경영전문지(誌) 포천이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50대 여성기업인"에서 3년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녀는 세계적인 PC시장부진이라는 악조건을 멋지게 헤쳐 나가면서 올해도 뭇남성기업인들을 능가하는 최고의 기업인중 한명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포천지 선정 여성기업인 2위에 오른 데비 홉킨스(45)도 주목할만하다.

업계에서는 작년초 보수적인 항공기업체 보잉에서 대형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긴 홉킨스가 향후 CEO 타이틀을 획득, 제2의 피오리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마쓰나가 마리(46).

그녀는 2000년 아시아 비즈니스계 최고의 파워우먼으로 일본땅에 무선휴대폰 열풍을 몰고온 주역이다.

마쓰나가는 NTT도코모의 인기 무선인터넷서비스인 i모드를 디자인할 당시만 해도 휴대폰은 커녕 인터넷도 써본적 없는 "컴맹"이었다.

하지만 사용자의 마음을 꿰뚫는 뛰어난 창조력으로 i모드컨셉트를 창조, 1천4백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돌풍을 일으켰다.

현재 도코모를 떠나 인터넷잡지인 e우먼의 편집장을 맡아 또다른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영국 미디어그룹인 피어슨의 마조리 스카르디노(53) 회장.

유럽 비즈니스계에서 활약하는 대표적인 여성기업인이다.

남미에서는 "걸인" 출신의 30대 여성기업인이 멕시코 새 정부의 각료로 발탁돼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말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이 원주민인 인디오들의 권익옹호를 위해 신설한 "원주민 권익옹호 위원장"(장관급)에 임명된 소치틀 갈베스(37)가 그 주인공이다.

소녀시절 구걸로 끼니를 연명하고 장학금으로 대학을 마친 갈베스는 졸업후 엔지니어생활을 하다 건축분야 컨설팅업체를 설립, 대성공을 거뒀다.

지난 99년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기업인 1백명"에 선정되기도 했다.

<> 금융계 =국제금융시장에서도 여성파워는 막강하다.

"월가의 여제(女帝)"로 불리며 뉴욕증시를 주름잡는 골드만삭스의 수석투자전략가 애비 코언(48)과 인터넷 분야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애널리스트인 모건스탠리딘위터의 메리 미커(41) 전무.

이 여성 분석가들의 말 한마디에 월가는 물론 국제증시가 들썩이곤 한다.

지난해엔 미국증시 폭락으로 대표적인 주가강세론자인 코언과 미커가 모두 명성에 약간 흠집을 입긴 했지만 여전히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터라 올해엔 이들 여장부의 대약진이 자못 기대된다.

미국 뮤추얼펀드업계에서도 30~40대 젊은 여성 펀드매니저들의 활약이 대단하다.

미국 최대 뮤추얼펀드업체인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초 여성펀드매니저 게일 맥거번(48)을 개인투자부문 사장으로 승진임명했다.

또다른 초대형 뮤추얼펀드업체인 야누스펀드의 경우 작년 가을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짐 크레이그가 은퇴하자 헬렌 영 헤이즈라는 38세의 여성 펀드매니저를 싱크탱크격인 "6인 이사회"에 새로 영입했다.

그동안 주로 백인남성들이 요직을 장악, "여성파워의 불모지"로 여겨져 왔던 뮤추얼펀드업계에도 여성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