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시 어디를 가나 감원으로 상징되는 구조조정 얘기뿐이다.

동아건설, 대우자동차, 삼성자동차 등 대기업 부도여파가 새해 벽두부터 수만개 협력업체에 본격적으로 미치고 있는 가운데 경기불황까지 겹쳐 실직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실직의 먹구름 : 대기업의 한 직원은 ''회사내 임원 50%, 직원 30% 감원''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돌아 요즘 회사에 있는 심정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기분과 같다고 말한다.

이미 회망퇴직을 결정한 또다른 대기업 직원도 "나가는 직원들의 얼굴을 보는 것이 자신이 나가는 것보다 곤혹스럽다"고 괴로운 심정을 토로했다.

은행권도 외환위기 이후 두 번째로 찾아온 구조조정 한파로 몰살을 앓고 있다.

1차 구조조정 당시 P은행에서 우리나라 간판격인 K은행은 괜찮겠지 하는 심정에서 옮긴 한 은행원은 "내가 은행원이 돼가지고 두 번씩이나 이런 마음 고생을 해야 하는지 후회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현재 정책당국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문제에 발목이 잡혀 개혁의 고삐를 늦출 수 없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정책당국은 금년 2월에 기업퇴출과 금융권 구조조정, 대학졸업과 같은 계절적인 요인을 들어 실업률이 4.4%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예상대로 라면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접어든 첫 해인 98년 이후 실업자 1백만명 시대가 다시 찾아오는 셈이다.

일부 민간연구소는 실업자수가 1백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실직의 먹구름 어떻게 걷어내나 : 이미 실직 공포의 먹구름이 가장 많이 드리워진 곳이 가정이다.

가장의 실직으로 주수입원이 없어진 상황에서 주식,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자산가치까지 급락해 가정파산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실직의 가장 큰 문제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심리적 공백상태다.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성과가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패배주의와 열등주의에 사로 잡혀 생계형 범죄가 급등하고 자살까지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자살률이 전년에 비해 배까지 늘었으며 지난해말 이후 퇴직으로 자살사건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대량의 실업사태에 대응하는 정부대책은 실업자 생계보장과 재취업 훈련 등을 통한 전직기회 제공으로 압축된다.

재경부 관계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되는 실직자 전원에게 취업알선과 직업훈련 등 다양한 사회적 안전망을 통해 지원해 준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라며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정투입을 상반기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정부는 이미 확보한 고용보험 재원 3조 5천억원을 충분히 활용하면 실업자 생계보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공공근로 예산도 이미 예산에 반영된 6천억원에 1~2천억원을 추가 확보해 7~8천억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계획대로 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금년에도 재정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재원확보가 그렇게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대량의 실업에 따른 부담을 체감적으로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