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시작된 섬유,철강,정유 및 자동차 등 주력 업종의 경기침체가 올해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대기업부터 소상공인까지를 회원으로 둬 민감한 경기변화의 흐름을 잘 읽는다는 대한상공회의소의 엄기웅 조사본부장의 말이다.

그가 내다본 2001년 업종별 경기전망은 한마디로 ''대부분 업종에서 점점 더 흐림''이다.

실제 대한상의가 작년말 주요 업종별단체 관계자 회의를 개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전자,일반기계 등 일부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업종에선 경기 하강세가 뚜렷하게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에도 금융경색,내수침체,미국경기 둔화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산업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대한상의조사를 보면 내수의 경우 전자(16.4%),일반기계(10.9%) 등의 업종이 작년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반면 자동차(3.5% 감소),철강(3.4% 감소) 등의 업종은 경기하강에 따른 소비와 투자수요 위축으로 작년보다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경제의 성장 버팀목인 수출은 전자(20.6%),조선(18.1%) 등을 중심으로 높은 신장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미국경제 성장둔화,주요 개도국의 외환시장 불안과 통상압력가중 등으로 <>섬유 3.3% <>정유 1.9% <>자동차 1.2% <>철강 0.8% 감소의 수출신장세가 크게 둔화되거나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의 경우 전자(11.8%),일반기계(9.9%) 등은 내년에도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됐다.

반도체는 올해의 34.4% 증가에서 내년에는 10.0% 증가로 급격한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편 구조조정부진에 따른 금융경색,채산성악화와 통상마찰심화 등으로 섬유(2.9%),정유(0.7%),자동차(1.0% 감소),철강(2.2% 감소) 등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재계는 내다봤다.

이에 따라 올해도 업종간 경기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민간 경제단체들은 예상했다.


<>자동차 =작년에는 다양한 신차출시,IMF 이후의 대기수요 소진과 북미 수출호조 등에 따른 내수(12.3%),수출(11.3%)의 안정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생산은 99년보다 9.4% 증가한 3백11만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소비심리위축,에너지가격체계 개편과 국내자동차시장 성숙 등으로 내수(3.5% 감소)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여 생산은 작년보다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작년은 디지털제품의 수요증가로 내수와 수출은 각각 전년대비 2.7%,31.0% 증가를 나타냈다.

올해에도 인터넷 및 B2B(기업간전자상거래)확대,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 사업개시와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통신서비스의 세계적 확대 등에 따른 정보통신기기 수요증대로 내수와 수출은 작년보다 각각 16.4%,20.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생산은 11.8% 증가하는 등 높은 신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2000년엔 하반기 들어 재고량 증가와 D램가격 하락으로 업체들이 다소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제의 디지털화에 따른 국내외 반도체 수요증가로 생산과 수출이 각각 34.4%,30.7%의 높은 성장세를 달성했다.

올해는 작년과 같은 고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나 하반기 이후에는 다시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전망에 따라 생산과 수출이 각각 10.0%,10.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기계 =정보통신관련 벤처기업 창업의 지속으로 설비투자 및 기계수주 증가세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지난해 생산은 17.3% 늘어났다.

관련제품에 대한 미국,동남아 등 해외시장 수요 지속으로 작년도 내수와 수출은 전년대비 각각 24.3%,23.5% 증가했다.

올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내수침체와 수출부진 등으로 내수(10.9%)와 수출(9.1%) 증가세가 작년보다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생산도 9.9%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섬유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채산성악화와 업계과당경쟁 등으로 지난해 내수와 수출은 각각 9.1%,7.7% 증가를 기록했다.

2001년에는 직물과 의류완제품 국내외 수요부진 등으로 내수와 수출은 각각 11.3%,3.3%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지난해 건설경기 부진 및 통상압력 등으로 내수와 수출은 전년보다 각각 11.9%,1.5%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는 건설경기 침체와 자동차,가전제품에 대한 수요부진과 국제철강 시세의 약세 지속 등으로 내수와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각각 3.4% 감소,0.8%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 =앞으로 2년이상의 충분한 조업량 확보와 생산성향상 등으로 작년에는 전년보다 22.9% 증가한 6백10만 CGT(보정톤수)를 건조했다.

올해는 작년 생산설비가 이미 1백% 풀가동된 것을 고려하면 건조량은 전년대비 1.6% 증가한 6백20만 CGT 건조에 그칠 전망이다.

그러나 수출은 고부가가치 선박인도 증가로 인해 작년보다 18.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 =작년에는 고유가에 따른 소비격감으로 생산은 1.8% 소폭 증가했다.

내수와 수출은 99년보다 각각 3.0%,1.0% 늘어났다.

올해는 에너지세제개편에 따른 유류 가격인상 및 고유가 등으로 내수와 수출 모두 지난해보다 1.9%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건설 =지난해 전체 국내공사 수주액은 정부의 건설 경기 활성화 대책 등으로 전년보다 15.6%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IMF 이전인 97년도 공사수주액의 79%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에도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은 작년보다 0.1% 증가한 약 15조원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고 서울저밀도지역 재건축사업 조기발주 등에 따라 공사수주규모는 작년에 비해 2.9% 증가한 약 6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적으로 급랭된 건설경기는 당분간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재계의 주장 =대한상의 김효성 부회장은 "작년부터 시작된 자금경색,내수침체,노사관계 불안,세계경제성장 둔화 등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가 올해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제위기를 타개하고 안정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선 일정 범위내에서 재정과 금융확대정책의 실시와 정책의 일관성 유지 등이 필수불가결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