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콘텐츠 육성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놓고 이해당사자인 온라인과 오프라인 업계는 물론이고 관할부처인 정보통신부와 문화관광부까지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는 것은 딱한 일이다.

정보화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론이 없다.

하지만 법안내용이 기존 법규들과 중복돼 별도 법제정의 실익이 적은데다 ''디지털화'' 권리에 대한 보호규정이 지나치게 강해 공연히 평지풍파만 빚을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법제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본다.

선진국에 비해 낙후된 정보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해 디지털 콘텐츠의 무단복제 금지와 부정경쟁 방지가 시급하다는 입법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의 효율적인 개발과 품질향상을 위해 호환성 확보 등 표준화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관련법규의 정비나 법적용 범위의 확장을 위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기술이 발전하고 생활환경이 달라지는 마당에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 저작물을 단지 디지털화한 자에게 별도의 특약이 없는 한 10년동안이나 복제.배포 또는 방송할 배타적인 권리를 준다는 제18조의 규정은 분명히 지나친 보호이며 이같은 조치가 정보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긴 커녕 오히려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여론수렴 과정을 거치면서 디지털화 작업에 대한 권리조항들이 삭제되고 부정경쟁 방지에 초점이 맞춰지는 쪽으로 법안내용이 수정되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 경우에도 저작권법이나 컴퓨터프로그램 보호법 등 기존의 법률들과 상당 부분 중복되는데 굳이 새로 법을 만들어 실익이 있겠느냐는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리고 행여 그럴리는 없겠지만 이번 논란이 정보화촉진기금 조성이나 업계에 대한 관할권 다툼으로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