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불우이웃돕기성금 2천원이상 2) 자매부대용 책 1권이상 3) 견학기록문 내일까지 4) 수학익힘 1백25쪽까지 풀.채.확(풀이 채점 확인) 5) 사회조사학습 중간조사 목요일..."

포털 다음(www.daum.net)에 개설된 서울배봉초등학교 6학년1반 학급 클럽 게시판에 올라 있는 11월 어느날의 "알림장" 내용이다.

이 학급 어린이들은 이 "알림장"을 보면서 숙제도 하고 다음날을 준비한다.

지난 9월14일 오픈한 이 클럽에는 학급 어린이와 학부모 1백2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소식을 올리고 정담어린 얘기를 나눈다.

클럽 이름은 "6학년1반짱".담임선생의 구수한 얘기가 이 클럽의 첫번째 자랑거리다.

최근에는 "선생님이 해주는 따뜻한 얘기-회색담벽"이 올라 있다.

중병에 걸린 환자가 누워서만 지내는 병실 동료를 위해 창밖의 아름다운 모습을 생생하게 얘기해주곤 했는데 이 환자가 죽은 뒤 창밖을 보니 회색담벽 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라는 것이 이야기의 줄거리다.

"6학년1반짱" 뿐이 아니다.

포털에는 초등학교 "학급 클럽"이 무수히 많다.

서울인수초등 6학년의 경우 1반 5반 6반이 클럽을 두고 있고 서울신학초등 6학년 8,9반은 "탄방과 터진 귤팅"이란 클럽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오픈 날짜를 보면 지난 여름 이후가 대부분이다.

금년 2학기부터 초등학교 학급 클럽이 유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인터넷 학급 클럽" 운영은 인터넷사회의 새로운 풍속이다.

학급 클럽은 졸업생들이 운영하는 동문회.동창회 커뮤니티와는 달리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로서는 도회지 어린이들만 학급 클럽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금년말까지 모든 초.중.고등학교에 인터넷이 보급되면 내년에는 전국으로 확산될게 분명하다.

초등학생들의 학급 클럽은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할 것이란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날마다 학교에서 만난다고 하지만 40명이 넘는 급우들과 매일 얘기를 나누기란 쉽지 않다.

담임선생과 개별적으로 얘기를 나누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학급 클럽을 이용하면 어린이들은 또하나의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방학중에도 급우들과 날마다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어린이들이 글솜씨를 다듬고 자신의 의사를 글로 표현하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도 학급 클럽의 부수적인 효과로 꼽을 수 있다.

담임선생의 지도를 받지 않고 어린이들이 직접 운영하는 학급 클럽의 경우 유치하긴 해도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난다.

물론 담임선생이 지도하는 학급 클럽이 교육적인 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본다.

배봉초등학교 6학년1반 담임은 "6학년1반짱"이란 클럽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눈물이 핑 돌게 하는 얘기를 들려주곤 한다.

이것만 봐도 교사들의 인터넷 능력 배양은 시급하다.

덧붙이자면 학급 클럽이 좀더 유용하게 되려면 학부모들도 어린이들과 한데 어울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