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백지영(22)의 음란비디오를 놓고 사이버공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백지영을 비판하는 이들은 공인으로서 자질을 문제삼는다.

인터넷 게시판에는 ''그런걸 추억이랍시고 비디오로 남기다니…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 ''엄청난 파문을 생각컨대 가수활동을 그만둬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 있다.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백지영을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게시판에는 ''성인이 사랑하는 사람과 섹스비디오를 찍었다고 죄가 되느냐'' ''백살모(백지영 살리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자'' 등의 글도 올라 있다.

한 네티즌은 ''백지영이 이상한 짓을 했다 해도 그것은 그녀의 사생활이다… 우리는 오현경의 인생을 망쳐놓은 적이 있다… 이것은 사실상 살인행위다''라고 썼다.

백지영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든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했다는 비난이든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

''자질이 부족한 공인을 인터넷이 걸러냈다''고 치면 이번 파문은 긍정적인 측면도 없지 않다.

''죽어가는 인터넷기업들을 백지영 한 사람이 살리고 있다''는 농담도 나돈다.

문제는 개인의 사생활은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점이다.

개인 백지영의 사생활이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누구든지 백지영과 똑같은 처지에 빠질 위험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이버공간에는 수많은 ''몰카''(몰래 카메라로 찍은 동영상)가 나돈다.

화장실 목욕탕 여관…심지어 안방까지 침입해 찍은 동영상들이다.

수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게 ''몰카''의 주인공이 되고 있다.

백지영 비디오 파문이 확산되는 동안 당국은 문제의 사이트를 폐쇄시키는 등 다각도로 애를 썼다.

그런데도 "현재로선 별 도리가 없지 않느냐"는 푸념이 나온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인터넷은 초고속으로 날고 있는데 법과 제도는 엉금엉금 기고 있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인터넷사회에 적합하게 법제를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사이에 한국은 ''몰카강국'' ''포르노왕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김광현 정보과학부 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