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현상유지보다 변화를 선택했다.

그 변화는 보수주의였다.

공화당 대통령에다 상원과 하원에서도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함으로써 미국은 보수주의로 돌아섰다.

유럽등에서 불어닥친 중도좌파와는 다른 길을 택한 것이다.

민주당 클린턴 행정부의 기록적인 "신경제(New Economy) 8년 호황"의 바턴을 넘겨받은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공화당).

그는 이제 변화를 희망하는 "21세기 아메리카호"를 이끌 선장이 된 셈이다.

"변화"의 진원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클린턴-고어행정부에서 지난 8년간 일궈놓은 신경제의 심장이다.

컴퓨터(하드웨어)와 인터넷(소프트웨어)을 두 축으로 인플레없는 생산성향상을 구가한 "신경제"는 정부등 정보산업의 특성상 거대 조직이나 기업의 역할보다는 개인과 시장의 힘을 크게 발전시켰다.

이들 신경제를 통해 새로 만들어진 "계층"은 정부나 거대 조직을 통한 공공이익보다는 개인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나스닥의 폭발적인 상승으로 이들 계층은 한손에는 기술, 다른 한손에는 돈을 쥔 막강한 세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독립적인 유권자(independent voters)"로 알려진 이런 세력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예비선거에서 빌 브래들리나 존 매케인을 지지했던 성향의 유권자들이다.

결국 이런 계층이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는 민주당의 고어후보보다 개인과 시장의 힘을 믿는다며 이들을 위한 "세금감면"을 기치로 내건 부시의 손을 들어준 것이 부시가 승리한 결정적인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부시는 이들의 표심을 사기위해 역대 미국대통령후보중에서는 처음으로 사회보장제도를 민영화하는 방안까지 공약으로 내걸었을 정도다.

이번 선거에서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표밭으로 알려졌던 서부의 워싱턴주와 동부의 뉴햄프셔주등이 공화당의 부시를 지지한 것은 이들 주가 첨단산업에 종사하는 인구비율이 가장 높다는 점에서 이유를 찾아볼수 있다.

최근 급격히 식어가고 있는 경기도 부시를 백악관의 주인으로 만들어준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선거를 직전에 두고 최근 3.4분기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2.7%로 떨어지고 증시가 출렁거리는등 경기연착륙(soft landing)보다는 경착륙(hard landing)의 우려가 높아진게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였다는 분석도 있다.

부시의 공약대로 감세가 이뤄질 경우 일반 개인들의 소비증대와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어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등 경착륙을 막아줄 것이란 예측이다.

이는 주식시장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부시가 유리하다는 여론조가결과가 나오면서 이른바 "부시주식"이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 이를 설명해준다.

일부에서는 벌써 부시당선으로 주가가 급등하는 "부시랠리"를 기대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국민들의 민주당정권 8년에 대한 싫증과 제3후보인 환경론자 랠프 네이더의 등장도 부시의 당선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경제호황이 오래 지속되면서 불황의 고통을 망각한 미국 국민들이 섹스스캔들등 추문으로 얼룩진 민주당정부에 염증을 느낀 점도 고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게 사실이다.

또 박빙의 선거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주당과 지지기반이 같은 랠프 네이더가 돌풍을 일으키며 고어의 표를 잠식했다.

선거막판에 터진 중동지역의 긴장도 지역분쟁개입주의자인 고어대신 선택적 개입을 선언한 부시쪽으로 표를 이동시켜 주었다.

아버지인 부시 전대통령의 의젓한 성품과 레이건 대통령의 문제해결능력등을 종합한 성격이라는 부시당선자의 앞길이 평탄하지만은 않다.

침체되고 있는 경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와 화약고로 번지고 있는 중동사태해결등이 부시가 국내외에서 맞는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뉴욕= 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