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협약을 통해 형성된 지구촌의 온실가스 감축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진국처럼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해놓은 것은 아니지만 대내외적인 여건 변화로 인해 종전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이나 제품은 시장에 뿌리를 내리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최근 고유가 체제와 맞물려 이같은 추세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또 일부 선진국에서는 벌써부터 에너지 효율문제를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등장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당장 자동차업계는 EU가 자동차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규제키로 함에 따라 유럽 수출시장을 뚫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됐다.

어떤 형태로든 연구개발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

장기적으로 더 심각한 문제는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지게되는 경우다.

이때는 경제의 근간이 되는 산업과 대외교역,그리고 국민생활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요구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 산업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형 소재산업은 막대한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는 이미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에너지 다소비 업체가 공장을 신설 또는 증설하는 경우 에너지 이용의 효율성을 사전에 협의토록 하는 제도의 도입을 검토중에 있다.

당면한 현안으로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선진국을 돕기위해 논의되는 청정개발체제(CDM)가 실제로 도입되는 경우가 꼽힌다.

개발도상국 기업의 경쟁력은 큰 타격을 입게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청정개발체제는 선진국 기업이 개발도상국에 투자해 온실가스 발생을 줄이게 되면 이를 국가 전체의 감축실적으로 인정토록 한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선진국 기업의 개도국 투자는 일반적인 투자 이득과 함께 온실가스 감축 실적까지 인정받을 수 있다.

해당 기업은 이 실적을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게 돼 이중의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개발도상국 기업은 똑같은 형태의 투자를 진행해도 실적을 받을 수 없다.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지지않은 국가는 권리도 가질 수 없다는게 선진국들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청정개발체제의 경우 개도국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어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조정국 현대환경연구소 환경산업실장은 "자동차와 반도체에서 보듯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율협약은 앞으로 다른 업종에서 속속 등장할 것"이라며 "외국의 기술개발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적극 대응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