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상권 공략에 나선 동대문형 패션쇼핑몰들이 심한 영업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초 문을 연 압구정 디자이너클럽 등 강남에 진출한 동대문형 패션몰들은 개장 직후 나타나는 "개점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대문 도매상권에서 ''특급상가''로 꼽혀온 디자이너클럽은 압구정점(2호점)을 개설,강남상권에서 ''동대문바람''을 일으킨다는 구상이었으나 개장 2개월에 가까운 현재 매출이 동대문점의 4분의1 수준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압구정 디자이너클럽 1층에서 여성복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압구정점의 보증금과 월세를 감안하면 하루 평균 매출이 70만원을 넘어야 점포를 운영할 수 있으나 지금 매출은 동대문점의 20% 정도에 불과한 40만∼5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매출은 압구정점의 2배 규모인 동대문 apM상가 하루 추정매출(10억원)의 10분의1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시장 관계자들은 압구정점의 부진에 대해 "고급상권으로 통하는 강남상권에서 시장옷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동대문 apM쇼핑몰의 홍종찬 이사는 "동대문시장이 패션메카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10여개에 이르는 패션몰들이 각 상가별로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시너지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라며 "디자이너클럽이라는 단독 상가가 강남상권에서 도·소매를 병행하겠다는 계획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압구정점이 개점 초기부터 부진을 보이자 동대문 상인 20여명이 최근 집단으로 입점계약을 포기했다.

지난달 30일 삼성역 코엑스몰내에 문을 연 ''다채'' 역시 영업부진을 겪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다채는 한개층에 의류 액세서리 잡화 등 모든 패션용품을 판매하는 ''원스톱 쇼핑공간''을 표방해 업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이곳 점포별 하루 매출은 30만∼40만원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채의 한 상인은 "코엑스몰 중심부에서 떨어져 있는 지리적 한계 때문에 고객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