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은 하지 말라"

사업 경험자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예비 창업자들에게는 이런 격언이 가슴에 쉽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자본이 부족하고 장사 경험도 없는 사람으로서 마음 맞는 사람과 같이 일을 하면 수월한 점이 훨씬 많을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되면 잘되는대로 안 좋은 감정이 쌓일 수 있고 장사가 안되면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결국은 틀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경험자들의 얘기다.

L씨도 동업을 했다가 쓰디쓴 실패의 잔을 마셨다.

대기업에 다니던 L씨는 직장을 그만두고 지방도시에서 자신의 사업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가 택한 업종은 맥주 전문점.

40대인 L씨는 대학교가 뒤쪽에 위치한 60평 규모의 비교적 큰 맥주 전문점을 차렸다.

규모가 크다보니 초기 투자비로 꽤 많은 돈이 지출됐다.

세 사람이 동업을 했는데 각각 1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L씨는 회사로부터 받은 퇴직금을 몽땅 투자했고 그것도 부족해서 돈을 더 빌려야만 했다.

다행히 사업 초기 그의 점포는 대학생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방학 때는 매상이 좀 떨어졌지만 학기 중 평일에는 70만~80만원씩의 하루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별 문제 없이 운영될 것처럼 보이던 L씨의 점포에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단일 점포로는 매상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동업자가 세 사람이나 되다보니 매출을 정확하게 3등분해야 했다.

세 사람 모두 공들인 데 비해서 돌아오는 보수가 적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또 손님 접대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안주로 내놓는 음식의 양을 푸짐하게 담아 손님들이 만족할 수 있게 하자는 의견과 일정한 양을 지키면서 조용하고 깔끔하게 팔아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됐다.

맥주 전문점을 오픈하고 얼마 동안은 밀려드는 손님을 맞는데 바빠 사업 초보자인 L씨로서는 다른데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다.

그러나 하루 이틀 지나면서 가게 운영에 익숙해지자 동업자들과의 사소한 마찰이 신경 쓰였다.

나이 많은 동업자에 밀려 점포운영에 대한 그의 의견은 항상 찬밥 신세였고 점포의 온갖 궂은 일까지 도맡아 하는데도 불구하고 동업자들이 L씨의 수고를 몰라주자 마음속에 감정의 앙금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그가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번 돈은 월 3백만원 정도.

직장 다닐 때 보너스까지 합친 월급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었다.

단골 고객이 늘어나는 이유는 거의 자신의 서비스와 친절 때문이고 일도 자신이 가장 많이 하는데 이익금은 똑같이 분배하자 L씨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L씨는 동업자 두 사람과 헤어지기로 결심을 했다.

혼자서 사업을 이끌어 가야하는 어려움도 있고 점포의 크기도 대폭 줄여야 하겠지만 L씨는 자신의 생각대로 사업을 운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더 작은 가게를 물색하고 있다.

비록 동업은 깨졌지만 그다지 후회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동업으로 시작했던 맥주 전문점이 안정적으로 운영돼 앞으로 혼자 사업을 꾸러나가는데 밑바탕이 될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 GO 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