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선택하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인텔의 중앙처리장치(CPU)와 칩셋만을 고집하던 소비자들이 AMD,사이릭스 등 다른 회사들의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인텔이 최고라는 인식이 바뀌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CPU는 인텔이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이와함께 칩셋에서도 인텔이 최고의 강자로 군림해 왔다.

칩셋은 CPU와 주변장치들을 연결시키는 기능을 하는 칩이다.

칩셋은 CPU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인텔 CPU의 성공은 곧바로 인텔 칩셋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최근 나타난 소비자들의 인식변화는 CPU에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는 AMD의 활약이 크게 돋보인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선 AMD는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AMD는 계속 인텔보다 한발 앞서 신제품을 발표해 "속도면에서는 인텔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AMD의 CPU가 인텔의 CPU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면서 인텔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Loyalty)을 크게 떨어뜨렸다.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라는 강력한 마케팅으로 "인텔만이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던 소비자들이 AMD에 신뢰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탈인텔 바람"의 원인은 얼마전에 있었던 인텔이 내놓은 칩셋 "i820"의 리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i820칩셋의 리콜에 대한 문제는 일반 소비자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컴퓨터 시장에서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올들어 파죽지세로 CPU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AMD에 당황하고 있던 인텔이 칩셋에서까지 1위자리를 위협받게 됐기 때문이다.

칩셋 시장에서도 독주를 계속해 온 인텔이 야심적으로 내놓은 칩셋이 리콜이라는 뜻하지 않은 사태를 맞으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칩셋은 어떤 면에서 컴퓨터를 구입할 때 CPU보다 더 중요한 요소다.

MHz로 표현되는 CPU의 성능은 단순히 계산 속도의 빠르기를 나타낼 뿐이지만 칩셋은 컴퓨터 메모리와 CPU의 종류,하드디스크의 성능 등 많은 요소와 관계가 있다.

동일한 CPU라도 칩셋의 종류에 따라 컴퓨터의 성능,호환성,안정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칩셋분야의 경쟁회사인 비아의 발빠른 움직임도 인텔의 목을 조이고 있다.

칩셋 개발전문회사인 비아는 인텔의 리콜을 계기로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비아의 칩셋 693A와 694X는 인텔의 i820칩셋과 한동안 경쟁했지만 인텔의 리콜로 잠깐 독점상태를 맞는 기회를 누렸다.

최근에는 인텔의 강력한 도전상대로 떠오른 AMD의 CPU에 적합한 칩셋을 부지런히 내놓고 있다.

비아는 칩셋뿐만아니라 CPU 개발회사인 사이릭스를 인수,사이릭스III CPU까지 내놓고 있어 인텔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인텔과 맞선 AMD,비아 동맹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칩셋 시장에 다른 칩셋 회사들도 뛰어들고 있어 대규모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칩셋 회사인 ALi와 SiS가 각각 인텔과 AMD의 CPU를 지원하는 신형 칩셋을 내놓으면서 하반기 시장은 혼전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인텔은 오히려 AMD보다 신제품 개발속도가 늦고 CPU 속도도 떨어진다는 인식을 받고 있다.

칩셋에서도 리콜과 신기술을 반영한 제품의 출시가 늦어지면서 연속적인 악재를 맞고 있다.

이에 반해 AMD는 인텔의 독주를 확실히 저지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 비아가 AMD의 다양한 신제품에 맞는 칩셋을 발빠르게 발표하면서 소비자의 인식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

시장의 혼전은 결국 소비자에겐 컴퓨터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텔에 한정됐던 선택범위가 AMD,비아로 넓어졌기 때문이다.

컴퓨터 업계 비수기인 7,8월이 지나면서 CPU와 칩셋 시장에 어느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종류의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가격도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소비자들의 더 좋은 제품을 선택할 기회가 커진 것이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