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는 한 노인이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볼펜심같은 도구로 손가락 끝을 찌른다. 손끝에 맺힌 조그만 핏방울은 컴퓨터에 연결된 혈액검사기에 떨어지고 화면에 혈당수치가 표시된다.
노인은 한달에 두번 의사를 만난다. 컴퓨터에 축적된 노인의 혈당자료를 살펴 본 의사는 노인에게 약물 운동 등의 처방을 내린다"

미국에서 한 노인이 원격의료서비스를 받고 있는 장면이다.

요원할 것만 같던 인터넷을 통한 원격 진료서비스가 국내에서도 다음달부터 선보인다.

매일 병원에 갈 수 없는 노인들에게 "사이버 전용 병원"이 등장하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원격진료서비스를 추진중인 업체는 메디다스(www.medidas.co.kr) 하이닥(www.hidoc.co.kr) 고려정보통신(www.korinc.com) 케어캠프닷컴(www.carecamp.com) 메디조아(www.medizoa.co.kr) 닥터크레지오(www.drcrezio.co.kr) 등.

고려정보통신과 메디다스는 9월께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서 올 연말께부터 본격적인 유료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이닥은 10월말에 시범서비스를 한후 11월께부터 사이버아파트를 중심으로 영업을 시작한다.

하이닥, 고려정보통신, 메디다스 등도 진단단말기 테스트를 완료한 상태여서 연내에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개발한 진단 단말기는 기능이 다양하다.

하이닥 "웹닥터" 진단단말기의 경우 가정용은 혈압 혈당 체온 소변 체지방 체중 등 6가지 검사항목을 측정할 수 있다.

환자용은 여기에 산소포화도 심전도 맥박 무선호흡감시 무선활동도감시 전자청진(심음) 등 6가지를 더 검사할수 있다.

고려정보통신의 "메디빌" 진단기는 웹닥터와 비슷하다.

메디다스는 이들 항목 외에 추가로 이(耳)경, 안저(眼底)경, 피부확대경 등을 사용할수 있는 진단기를 개발했다.

단말기 가격은 기능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웹닥터 가정용의 경우 대당 50만원대, 환자용은 1백만원대로 출시될 예정이다.

서비스를 앞둔 업체들은 요즘 회원 모집에 한창이다.

하이닥은 LG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의 사이버아파트를 대상으로 단체회원을 모집중이다.

오는 9월 입주예정인 서울 광장동 현대홈타운아파트 1천1백70가구 주민들은 국내 최초로 하이닥의 원격 진료서비스를 받게 된다.

메디다스는 건강인터넷인 건강샘의 84만여 회원 가운데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회원으로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고소득층을 겨냥해 고급형 진단기기를 옵션으로 개발하고 개인별로 특화된 맞춤건강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지난 98년부터 서울대병원, 정보통신부와 제휴해 서울대관악캠퍼스 보건진료소, 한국통신 분당 본사 등에서 시범서비스한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 공공기관 기업체 등을 회원으로 유치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고려정보통신도 회원유치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의료기관과의 협력관계가 미흡하고 일반인을 위한 콘텐츠및 프로그램의 대중성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체들은 회원들로부터 원격서비스에 대한 요금을 받는데 하이닥의 경우 월 1만5천원(1인)~2만5천원(4인)으로 책정해 놓고 있다.

업계는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등 원격진료의 주고객이 될 만성 성인병환자를 2백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홍진 하이닥 대외협력실장은 "원격진료시장이 5년내에 1조원대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진료서비스는 그러나 의료법상의 규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행 의료법은 환자가 직접 의사를 대면하지 않은 진료를 의료행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환자는 의료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으며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경우 의사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업체들은 4~5년 후면 법이 개정돼 원격진료도 외국처럼 공식적인 진료행위로 인정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의 경우 지난 97년부터 환자와 의사가 당사자임을 인정할 수만 있으면 사이버진료도 법적 의료행위로 인정하고 있다.

또 하나의 장애는 50대이후 연령층이 인터넷을 활용하는 빈도가 젊은이들보다 낮다는 점이다.

인터넷업체들은 화상전화 인터넷TV 팩스 등 다른 방법을 이용함으로써 이를 해결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