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신임 재경부장관이 9일 "시장을 외면하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면서 현대의 조기 자구책마련을 촉구하는 등 정부의 강공드라이브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대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있다.

현대는 정부의 메시지를 "현대사태로 요동치는 시장을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미로 해석,우선 시장신뢰 회복에 초점을 맞춘 수습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동차와 중공업의 계열분리안을 먼저 내놓아 시장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어낸 다음 현대건설의 자구책과 인사문제를 제시하는 "선계열분리,후자구안 제시"방안을 검토중이다.

현대는 외환은행이 공문을 통해 제시한 3개 항의 요구사항을 가급적 빨리 최대한 수용한다는 방침이지만 현실적으로 채권단이 못박은 시한인 19일 이전까지 모든 답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에 이같은 분리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의 고민은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회장의 경영자로서의 향후 거취와 직결된 건설과 상선 등의 핵심계열사 주식처분과 현대건설 유상증자 등으로 압축된다.

채권단이 요구하는 특정경영인 퇴진 문제도 해당회사 이사회 등이 처리할 일이라며 난감해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보유 계열사 주식 매각=가장 큰 문제는 이 회사가 갖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이다.

현대건설은 상선의 최대주주로 상선을 통해 다른 계열사를 지배하는 현대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때문에 건설이 상선 등 계열사 주식을 팔면 현대 계열사간 지분소유관계를 통한 연계고리가 느슨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이 경우 정몽헌 회장으로선 현대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을 사실상 잃게 된다.

정몽헌 회장은 현대건설의 최대주주 일뿐 현대상선과 현대전자의 지분은 각각 4.9%와 1.7%뿐이다.

현대건설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매각하면 현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었던 상호출자관계가 사실상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정몽헌 회장이 보유 주식을 매각하게 되면 현대는 사실상 그룹해체와 다를 것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현대건설 유상증자=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의 조기 유동성 확충방안이 미흡하면 정몽헌 회장 등 대주주가 참여하는 유상증자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주가는 현재 3천원을 겨우 넘는다.

5천원 액면가로 증자를 할 경우 실권주가 발생할 것은 분명하다.

현대는 증자가 이뤄질 경우 정몽헌 회장이 당연히 참여할 것이지만 외환은행의 요구대로 실권주를 정 회장이 모두 인수하는 것은 사재출연과 다를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3부자퇴진 및 부실책임경영인 처리=외환은행이 8일 3부자퇴진을 거듭 요구하면서 다시 쟁점으로 부각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위측은 정주영 전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은 이미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며 정몽구 자동차회장은 자동차쪽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에서는 정몽구 회장체제 존속은 이미 이사회 승인을 거친 것이라며 재론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하고 있다.

문희수 기자 m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