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3일부터 시험방송에 들어가는 디지털TV의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일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가 ATSC전송방식의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4일에는 시청자연대회의,전국언론인노동조합연맹이 전송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디지털TV 전송방식은 미국의 ATSC(Advanced TV System Committe·첨단텔레비전방식위원회)와 유럽의 DVB-T 방식으로 나뉜다.

정보통신부는 오는 2001년부터 본격적인 디지털방송을 실시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97년 미국의 ATSC 방식을 표준으로 택했다.

미국에서 이미 검증된 방식인 데다 미국시장 공략에 유리하다는 가전업체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이후 LG전자가 ATSC의 기술특허권을 가진 미국의 제니스사를 인수,특허권이 국내기업으로 넘어오자 ATSC방식은 더욱 힘을 얻었다.

하지만 향후 국내 디지털방송의 운명을 좌우하는 전송방식 결정이 사전 테스트과정을 거치지 않은 데다 방송의 수혜자인 시청자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데서 논란의 소지를 안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미국내에서 ATSC 방식이 실내수신과 이동수신에 중요한 문제점을 안고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논란이 시작됐다.

미국보다 산악지형이 많고 건물밀집도가 높은 국내에서는 ATSC의 이러한 기술적 문제가 광범위한 난시청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불거져나왔다.

지난 2월에는 브라질이 두 방식을 비교실험한 후 ATSC 방식을 택했던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유럽방식으로 전환했고 아르헨티나도 두 방식의 비교실험 계획을 발표하는 등 남미국가들도 전송방식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대만도 방송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12월까지 유럽방식을 실험하기로 확정했다.

ABC NBC 등 미국방송사들도 잇달아 실내수신문제에 대한 우려를 FCC에 전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ATSC는 지난 6월 수신성능개선 및 이동수신 서비스를 위한 해결방안을 9월까지 검토,그 결과를 오는 10월 공개키로 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하원 소위원회에서 기존 ATSC 방식을 지지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TSC 방식을 택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 캐나다와 한국.

자체 방식을 개발한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대부분은 유럽의 DVB-T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디지털TV대책위원회 이위찬 위원장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디지털방송의 전송방식이 졸속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며 "지금이라도 정보통신부가 그동안 방송사가 요구해온 비교 실험을 통해 국내 수신환경에 맞는 전송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