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21개월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며 아시아 금융시장 전체에 위기감을 고조시켜 온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가 3일 연속 상승세로 돌아섰다.

태국과 필리핀 통화도 동반 상승, 아시아 통화불안 사태가 급속히 진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때 달러당 9천5백루피아를 넘어섰던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환율(가치와 환율은 반대개념)은 20일 9천루피아 아래로 내려가 8천9백대에서 움직였다.

루피아화 환율이 9천루피아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달들어 처음이다.

루피아화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곧 외환통제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데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의 긴급 달러방출로 안정세를 찾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4억달러 규모의 긴급대출 계약건을 인도네시아 정부와 체결할 것이란 소문도 루피아화가치 상승세를 부추겼다.

태국의 바트화가치도 19일 달러당 40.175 바트로 전날(40.255바트)보다 소폭 올랐고 필리핀 페소화 역시 달러당 44.25페소로 전날의 달러당 44.54페소에 비해 약간 상승했다.

아시아 외환시장 관계자들중 상당수는 루피아화의 폭락세가 잠잠해진 만큼 지난 97년과 같은 외환위기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아시아 각국 통화의 절하사태는 주로 인도네시아의 불안한 정치상황에 의해 촉발됐다"며 압둘라흐만 와히드 대통령의 입지가 확고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루피아화가치는 곧 달러당 8천5백 루피아까지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루피아화의 불안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미국경기의 활황세가 꺾이고 있는 데다 일본경제의 회복세 마저 미미해 당분간 아시아경제가 활기를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따라서 루피아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 통화가 급속한 회복세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다우존스 통신은 내달 중순 열리는 인도네시아 국민협의회(MPR)총회에서 와히드 대통령의 향후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이를 계기로 루피아화의 방향도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