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의원 선거결과에 따른 개각예정일(4일)을 이틀 앞둔 2일 오전.도쿄에서는 모리 요시로총리의 경호체계에 한때 구멍이 뚫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사카이야 경제기획청장관의 사임을 강력히 만류해 왔던 모리총리가 사카이야장관을 만나기 위해 일정을 앞당겨 황급히 자신의 사저를 떠났기 때문이다.

총리가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일본에서는 방탄유리가 장착된 전용차와 앞뒤의 특수 패트롤카 3대가 따라붙는다.

또 10여명의 경호원이 밀착해 그림자경호를 펼친다.

그러나 이날 모리총리를 태운 자동차는 운전기사가 딸린 평범한 렌트카였다.

경호원은 단 두명에 관할경찰서의 일반 패트롤카 1대가 앞장을 섰을 뿐이었다.

전용차등 정규수행차량과 경호원들이 총리와 사카이야 장관이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아카사카 프린스호텔에 들이닥친 것은 총리도착후 30분이 지나서였다.

정해진 경호체계를 외면하면서까지 자신보다 아래직급의 장관을 만나기 위해 허둥댄 모리총리의 행차는 일본정가에 곧바로 화제가 됐다.

파벌정치의 뿌리가 깊은 일본에서 자민당 각 계보는 개각을 앞두고 자신들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잃지 않기위해 막후협상으로 낮과 밤을 지새고 있다.

잇단 실언과 중의원선거에서의 실질적 패배로 지지도가 바닥에 떨어진 모리총리가 각료구성에서 자신의 컬러를 제대로 낼수 없음은 뻔한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모리총리가 주위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카이야 장관과 담판을 벌여 사임하지 않겠다는 "예스"대답을 받아냈다.

관료출신의 소설가겸 경제평론가로 한국에 필명이 잘 알려져 있는 사카이야장관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맨답게 일본의 대변화를 앞장서 촉구해온 인물이다.

경호체계를 무시한 총리의 행차는 정치인으로 잔뼈가 굵은 그의 제스추어로 비쳐질수도 있다.

대다수 유권자(73%)들로부터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그가 코너에 몰린 상태에서 인기만회를 위해 돌발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볼수 있다.

그러나 이날의 외출이 진정으로 인재확보를 위한 삼고초려의 발걸음에서 나왔다면 총리의 해프닝은 파벌고리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본정가에 신선한 충격이 아닐수 없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