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로 예고된 금융산업노조의 총파업으로 긴장감이 감돌던 3일 오전. 노조원의 파업 찬반투표가 시작되자 은행장들은 "결국 파업대란이 현실화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로 얼굴이 잔뜩 찡그려졌다.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이 아침 일찍 소집한 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무거운 침묵속에 대책을 숙의했다.

지난달 말 의사들의 폐업으로 의료대란이 일어난지 불과 열흘도 안돼 또다시 은행파업이라는 "대란" 이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나 오전이 지나면서 상황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나은행이 파업의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오는 11일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미 한미은행과 업무제휴를 체결한 상태라 금융지주회사로 통합되거나 다른 은행과 합병하게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금융노조 파업에 동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던 한미은행도 하나은행과 보조를 맞춰 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독자생존"을 모색하는 신한은행은 파업에 관한 찬반투표를 오는 6일로 미뤘다.

신한은행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과 형편이 다른데 굳이 파업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문을 노조원들이 갖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우량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는 주택은행도 노조원들에게 파업의 명분이 없다는 점을 주지시켰다.

그 과정에서 은행측과 노조간에 물리적인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몇 개 은행들이 파업대열에서 빠지는 독저적인 행보를 걷게 되면 이번 총파업은 "불완전한" 파업으로 끝날 소지도 있다.

파업의 "파괴력"이 현저히 줄어들 것은 불보듯 뻔할 것이다.

파업의 명분 또한 흐려지는게 불가피해 질 수도 있다.

국내 은행들은 서로간에 큰 특색이 없어 은행 선진화와는 거리가 멀다.

하는 일도 비슷하고 우량 비우량의 차이도 별로 없다.

월급도 비슷하다.

은행의 경쟁력 강화가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바탕으로 다른 은행과 차별화하는데 있다면 한국금융산업의 경쟁력은 요원하다고 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파업 투표를 계기로 한국 은행들도 차별화에 시동을 거는게 아닌가 하는 기대를 갖는다.

이상열 경제부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