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첨단기술관련주의 주가하락으로 미국 실리콘밸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두달동안 나스닥지수는 40% 가까이 떨어졌고 잘나가던 인터넷 관련주식이 60,70%까지 하락했다.

이제 인터넷회사를 새로 차린다는 것이 과거처럼 쉽지않고 이미 설립한 회사도 경쟁력 유지가 더욱 어렵게 됐다.

이와 비슷한 현상이 1849년 캘리포니아의 골드러시 때에도 있었다.

처음엔 누구나 앞다퉈 참여했고 수익성없는 프로젝트도 과도한 투자의욕에 힘입어 추진되곤 했다.

결국 크게 성공한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그리 많지않았고 많은 프로젝트가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골드러시는 서부개척에 더나아가 미국 경제발전에 크게 공헌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나타나고 있는 주가하락 현상도 거품이 빠지는 조정국면으로 볼 수 있다.

최근의 주가하락은 인터넷 사업이 더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던 때는 지나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잡목이 많은 숲에 산불이 나서 잡목들을 없애줘 생존한 우량 나무들이 더욱 잘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과 유사하다.

이제 경쟁력 없는 기업은 자금을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

벤처 자금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과거에는 너도 나도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어 경쟁이 필요이상으로 과열돼 진정으로 경쟁력있는 기업은 운신의 폭이 좁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한 아이디어만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핵심역량 (global core competence) 이 있어야 한다.

이제 벤처 투자가들은 더욱 엄격한 기준으로 핵심역량을 판단할 것이다.

핵심역량의 실체는 첫째,경쟁기업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차별성 (differentiation) 이다.

그리고 이러한 차별성은 다른 기업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것이어야 하며 또한 남에게 쉽게 가르쳐 줄 수도 없는 것 (non-transferability) 이어야 한다.

이러한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키고 글로벌 스탠더드의 관점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때 글로벌 핵심역량이라 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의 성공적인 기업들은 모두 이러한 글로벌 핵심역량을 갖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면서 가장 높은 소득수준을 보이는 지역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소득격차가 가장 심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의 가구당 평균소득이 4만8천달러인데 비해 실리콘밸리의 소득은 8만3천달러에 이르고 있다.

더욱 재미있는 현상은 고소득층의 소득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반면 저소득층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0년간 인플레를 감안한 저소득층의 실질 임금은 약 10% 감소했다.

실제로 웬만한 소프트웨어 기술자는 1년에 10만달러 이상을 벌지만 대부분의 미숙련 노동자는 2만달러 남짓 벌 뿐이다.

이렇게 소득격차가 큰 이유는 경쟁력이 없는 분야는 철저하게 아웃소싱하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하이테크회사들은 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핵심역량을 갖춘 회사들이지만 이 지역의 여타 노동집약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는 다른 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들여오는 것이다.

이 지역 경쟁력의 또 다른 원천은 글로벌 전략에 있다.

며칠 전 중국과의 자유무역관련 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했을 때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지는 실리콘밸리 하이테크 산업이 크게 축하해야 할 일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이제 밸리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중국에 수출하고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리콘 밸리의 글로벌 전략은 외향적 (outward) 인 면 뿐만 아니라 내향적 (inward) 인 면에서도 매우 자유롭고 적극적이다.

이지역에서는 사업을 하는데 있어 인종 또는 내외국인 차별을 거의 하지 않는다.

80년 이후 지난 20년간 이지역에 설립된 하이테크회사중 전체의 17%에 해당되는 2천여개의 회사가 중국계 기업인에 의해 설립됐다.

최근엔 일본인은 물론 인도인까지도 실리콘밸리에서의 지분확보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올해를 기준으로 유색인종이 반을 넘게 되는 이 지역은 정말로 세계화된 지역이라 볼수 있다.

결론적으로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은 글로벌 핵심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글로벌전략을 추구하는데 있다.

글로벌전략은 국외로 나가는것 뿐 아니라 외국자본이나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실리콘밸리의 사례는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로 서둘러 창업하거나 외국기업이 들어오면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국제경쟁력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hcmoon@ sias.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