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트레이딩 왕국 한국에는 증시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특별한 주체가 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증권고수들이다.

2000년 한국 증시를 움직이는 특별한 집단인 "사이버고수"들,그들은 누구인가.

이들 중에는 글을 올리면 몇시간만에 조회수가 수만건을 넘는 사이버 분석가도 있다.

"OO님 살려주세요" 등 추종 신도급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고수도 있다.

제도권 전문가가 못하는 거침없는 매도의견 제시와 놀라운 장세적중력이 독자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 증권고수들은 대부분 아마추어 출신이다.

단지 투자를 오래 했거나 주식투자에 성공한 개인투자자일 뿐이다.

증권관련 경력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다.

특징적인 것은 물리학 공학 의대 등 이공계출신이 많다는 것.

그래서인지 일봉 주봉 분봉 차트에서 각종 파동이론까지 기술적 분석과 계량적 분석에 통달한 귀신들이다.

물리학 석사 출신인 팍스넷의 김철상 이사(필명 쥬라기)는 시뮬레이션게임처럼 모의주식투자를 시작,차트분석이 너무나 재미있어 밤을 샐 정도였다는 것.

증권사가 신용융자금을 제공하던 시절 깡통을 찼거나 미수투자로 실패해 자살충동을 느낄 정도의 큰 좌절을 겪은 사람도 많다.

현재 가장 인기있는 사이버고수의 하나인 씽크풀사이트의 김기준(필명 Goldzone )씨는 IMF때 이른바 "몰빵을 지른" 업체가 부도나 깡통을 찼다.

머니OK에 글을 쓰는 박상희(필명 park 1)씨는 미수투자로 수억원이 물리면서 자살까지 생각해볼 정도의 좌절을 겪었다고 밝혔다.

투자 실패의 쓴 경험이 이들로 하여금 개인투자자의 실패심리와 성공심리를 정확히 꿰뚫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또 대학시절부터 수십만원에서 1백만~2백만원의 소액으로 스타크래프트하듯 주식투자를 해온 사람들이 많다.

코스닥터에 글을 올리는 박동운(필명 보초병)씨나 넷인베스트사이트의 정용환(Sky 333)씨,이큐더스 사이트의 남상용(필명 선우선생)씨 등은 대학시절부터 주식투자를 했다.

박상희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계좌를 만들었을 정도.

생각과 달리 이들은 데이트레이더나 스캘퍼도 아니다.

씽크풀 사이트의 박민수(필명 fornix )씨는 한글과컴퓨터를 5백원에 매수해 4만원이 될 때까지 1년 가까이 기다린 장기투자자.

장세가 나쁠 땐 아예 쉬는 것을 투자원칙으로 삼는 것도 눈에 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글쓰는 이유로 기관투자가를 감시하는 개인투자자의 파수꾼 역할을 꼽는다.

기관의 추천으로 사서 물린 개인투자자의 하소연을 많이 듣게 되고 "기술적으로 분석해보면 고점인데도 버젓이 매수추천을 내는 사례를 본다"(정용환)는 것이다.

개인투자자 출신이기 때문에 의심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자신이 보유한 종목에 유리하게 쓰지 않겠느냐는 것.

이에 대해 사이버고수들은 "사심이 들어가면 금방 들통이 나 글을 오래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익명성이 보장된 공간에서 살아남으려면 실력보다는 도덕성"(남상용)이라는데 이들은 공감을 표시한다.

< 김정아 한경비즈니스 기자 jacki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