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가치 4조여원의 "황제" 벤처기업 새롬기술과 국내 최강의 검색엔진을 운영중인 네이버컴이 합병키로 한 것은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회사가 앉고있는 "취약한 수익기반"(새롬),"시장 선점 실패"(네이버)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합병이라는 극단적인 방법 이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새롬은 인터넷 무료전화인 다이얼패드 가입자수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불과 2개월만에 한국과 미국에서 6백만명을 넘어서면서 성장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에따라 새롬의 주식 가격도 1주당 3백만원(액면가 5천원기준)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고속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수익 창출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회원수가 늘면서 통신비용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광고 이외에는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었던 것이다.

특히 확보된 회원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인터넷 업체로의 전환을 시도 했으나 결정적인 콘텐츠가 없어 고심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물밑작업을 통해 다음커뮤니케이션 네이버등에 합병을 꾸준히 제의해 왔었다"는 오상수 새롬기술 사장의 말에서 이같은 고충은 여실이 드러난다.

네이버의 처지도 마찬가지.국내에서 가장 인정받는 인터넷 검색엔진을 갖고 있으면서도 사이트 접속 건수에서는 국내 5위 수준으로 밀려나 있다.

인터넷 산업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시장 선점에서 실패,야후 다음등에 뒤지고 있는 상태다.

양사의 합병은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위한 것이다.

즉 새롬의 6백여만명에 달하는 거대 고객군과 네이버의 뛰어난 검색엔진및 콘테츠를 결합함으로써 성장 한계를 뛰어넘는 "윈-윈"전략 차원의 합병인 셈이다.

이와함께 삼성이 이번 합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계열사및 우호 주주를 통해 새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네이버는 이건희 삼성회장의 장남 이재용가 관여하고 있는 삼성SDS가 대주주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병은 삼성SDS에서 분사한 네이버와 새롬을 하나로 합쳐 사실상 "관계사화"하겠다는 삼성의 사업 구상에따른 결과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삼성의 사업 구조조정및 후계구도와도 연관지어 생각할수 있다고 삼성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합병은 국내 인터넷 산업을 재편시킬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의 신호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놀릴수 있는 인터넷 선두기업간의 M&A라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그동안 인터넷 업계에 M&A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루넷과 나우콤,다음과 유인커뮤니케이션,라이코스와 깨비메일등의 인수합병이 지난해말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간에 이뤄진 메가톤급 M&A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인터넷 산업 전반에서 인수합병 바람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1차적으로 조달한 자금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서 시장 선점마저 실패한 인터넷 업체는 자연스럽에 M&A 대상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철수 기자 kcsoo@ 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