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

평일 오후2시 회사 손님들과 커피숍에 있던 인텔코리아 마케팅팀 오미례 부장은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 하나를 받았다.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사촌동생 안나(19)에게 온 것이다.

오 부장은 "오리"모양을 표현한 메시지를 손님들과 돌려보고 웃으며 딱딱한 얘기로 굳어진 분위기를 잠시나마 풀 수 있었다.

10대 중고생과 대학생, 젊은 직장인을 중심으로 휴대폰을 이용한 문자메시지 보내기 바람이 불고 있다.

말로 하기 힘든 내용이나 감정들을 특수문자나 글자로 재치있게 표현,상대방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특수문자를 이용한 문자메시지로는 텔레토비 시리즈가 있다.

텔레토비 머리에 달린 안테나 모양이 차이가 있다는 점에 착안,각각의 캐릭터들을 표현하고 있다.

예를 들어 뽀오는 "O-(:)(#)=B",나나는 "~(:)(#)=B"라는 식이다.

초기에 유행하던 동물시리즈에는 "<:="(오징어),"O:="(문어),"*~~"(올챙이) 등이 있다.

엄정화가 "몰라"라는 노래를 부를 때 쓰는 헤드폰 모양의 의상을 본딴 엄정화판 문자메시지(d^-^b)도 있다.

"4"라는 숫자로 애인의 이름을 둘러싸게 한 뒤 끝부분에 "널 사로잡을 거야"라는 문구를 덧붙이는 깜찍한 연인용 문자메시지도 있다.

특수문자를 보내려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정작 보내는 사람은 힘들지 않다는 반응이다.

"보내는 것이 재미있으니까 전혀 힘들지 않아요.

또 한번 그려 놓은 것이나 다른 친구에게 받은 것을 저장하면 여러 사람에게 쉽게 보낼 수 있거든요"(유안나양)

유안나양은 하루에 보통 3~4개의 메시지를 받는다.

유양은 메시지를 저장해 다른 친구들에게 곧바로 보낸다.

피가로,에꼴같은 여성패션잡지의 부록에도 문자메시지가 많이 나와 있어 참고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지의 여부로 N세대를 판단한다.

2~3년 지난 구형 모델 핸드폰으로는 특수기호로 된 메시지를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림을 이용한 문자메시지는 제가 고3일 때부터 유행했어요.

수업시간에 친구들끼리 핸드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재미있어 했죠.

요즘은 이것보다는 말장난을 이용한 문자메시지가 유행하죠"(유안나양)

그림을 이용한 문자메시지가 기호의 모양을 이용한 것이라면 "말장난"은 핸드폰이 제한된 화면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예를 들어 문자메시지를 이용해 "넌 예쁜 천사... 난 재봉틀 살게"처럼 중간에 긴 공백을 두고 메시지를 보낸다.

메시지를 처음 본 상대방은 잔뜩 긴장하지만 다 읽고 나서는 황당해 웃고 만다.

가장 인기있는 문자메시지는 "사랑고백형".

"실은 말이야 사랑했어....바늘을"

"사실 난,난 널....뛰기 선수였어"

"내가 사랑한 건 바로 너....구리라면"

"있잖아,사실 난 널....빤지야^^"

"이젠 말 할게....넌 소해"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라면....잘 끓일 것같애"등 사랑고백으로 시작,상대방을 당황하게 하지만 계속 읽다보면 웃음을 금할 수 없는 메시지들이다.

다음은 "경고형".

"너 내일 죽을 준비해....난 밥을 준비할테니"

"넌 정말 재수없어..한번에 대학가야 돼"

"우리 앞으로 만나지 말자..뒤로 만나자" 등 무겁게 시작하지만 유머로 끝난다.

"낭만형"의 경우 "이별은 무엇일까....지구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그대여~당신은....콘택트 렌즈"

"천개의 촛불이 켜지면....니가 다 꺼" 등이 대표적.

"위기감조성형"에는 "나 미칠 것같아....넌 파를 쳐"

"너무해 너무해....나 배추할게"

"나 아파....트에 살지롱"

"내가 너때매 못사러....철물점간다"등이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자메시지를 다룬 만화도 등장,E메일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 한국PSINet에서 일하는 남호균씨는 "잔뜩 기대하고 보면 싱겁게 끝나 황당하지만 재미있어서 친구들한테 자주 보낸다"고 말했다.

반면 "너무 썰렁하다"며 문자메시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문자메시지는 대학입시,취업준비,직장일로 스트레스받는 대부분의 학생,직장인들에게 짧은 순간이나마 즐거움을 주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 송대섭 기자 dssong@k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