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엔화가치가 갑자기 폭등했다.

최근 달러당 1백10엔안팎에서 움직이던 엔화가치는 2일 장중 한때 달러당
1백6엔대로 치솟는 등 돌연 급격한 엔고현상이 전개됐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전날보다 3엔가량 급등한 달러당 1백6.9
엔으로 거래를 시작한 후 주로 1백7엔선에서 움직였다.

오전 한때는 1백6.50엔까지 치솟기도 했다.

결국 엔화는 전날보다 2엔가량 오른 달러당 1백7.35엔에 종가를 기록했다.

앞서 1일 뉴욕시장에서는 달러당 1백6.62엔까지 오르면서 하룻사이에
3.5엔이나 폭등했다.

엔화가치가 1백6엔대로 오르기는 지난 1월말이후 처음이다.

결국 엔화는 달러당 1백7.15엔에 마감, 전날의 1백10.32엔보다 3.17엔
(약 4%)이나 급등했다.

이같은 엔화 폭등세는 도쿄증시에서 촉발됐다.

닛케이평균주가가 2만엔대를 돌파하면서 증시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확산,
외국인투자자들이 일본증시로 몰려들면서 일본주식을 사기위해 달러화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자 엔화 폭등세가 연출됐다.

계절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오는 31일 회계연도가 끝나는 일본기업들이 국내송금을 위해 달러및
유로화매각.엔화매입에 나서면서 엔화수요가 급증했다.

엔화가 급등하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대장성 차관은 "현재의 엔.달러
환율은 경제펀더멘털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발언, 시장개입을 강력 암시했다.

일본기업들은 수출여건을 위협하지 않는 적정 환율을 달러당 1백8엔대로
판단하고 있다.

경제전문통신인 APDJ에 따르면 전문가들 사이에 엔고추세가 단기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7대 3의 비율로 우세했다.

일시적인 엔고를 점치는 전문가들은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변함없이
견고한 반면, 일본경제의 회복속도는 둔화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하고 있다.

오는 3월과 5월의 미국 연준리(FRB)의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상이
기정사실로 인식되는 것도 엔고추세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의
배경이다.

바클레이즈 캐피탈의 환율분석가 존 데이비드는 "엔.달러환율이 향후 6개월
내에 달러당 1백18엔대까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뉴욕증시의 약세를 이유로 엔고추세가 당분간 지속될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소수의견일뿐이다.

<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