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국가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유럽방문에 맞춰 한국에 대한
전방위 통상압력에 나섰다.

프랑크 헤스케 주한 EU 대표부 대사는 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 정부의 조선산업에 대한 불공정 지원이 유럽 조선업계를 어렵게
하고 있다"며 "협상을 통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한 EU 상공회의소는 이날 자동차 및 금융 제약 물류 등 14개 분야에서의
무역장벽을 정리, 해당 정부부처에 전달했다.

EU는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한국산 강관에 대해 24.6%의 잠정반덤핑관세를
부과했다.

또 얀스 독일 하원의원이 산업자원부를 방문, 한국조선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저가 수주 문제를 맹렬히 비난하고 김 대통령의 독일 방문시 이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EU가 김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이처럼 전방위 공세에 나선 것은 정상회담
은 물론 잇따라 열릴 협상에서 양보안을 얻어 내기 위한 전술로 풀이된다.

EU가 현재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조선이다.

세계 조선산업의 어려움이 한국업체의 덤핑수주에서 비롯되고 있고 IMF
자금이 조선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조금 성격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국과 EU는 이달중 추가협상을 가질 예정이나 협상 결렬시 EU가 일방적인
통상조치를 발동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에 대한 압력도 거세다.

주한 EU 상의 베르너 그래슬레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동차 부문의
한국과 EU간 심각한 불균형도 시정돼야할 사항"이라며 "세계 굴지의 기업들
이 한국기업에 관심을 두는 상황에서 외국 제품에 차별이 없음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한 EU 상의가 낸 보고서는 또 올해 주요 논의 분야로 <>물류 <>고가품
<>화장품 <>제약 및 지적재산권 <>금융 등의 분야를 꼽았다.

EU상의는 또 유럽기업들이 한국 기업 인수에 걸림돌이 많다며 노동조합과
재벌이 한 목소리로 외국기업의 한국기업 인수에 저항하는 등 한국의 구조
조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 김정호.박수진 기자 j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3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