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선진국과 저개발국간 경제격차 해소 문제를 둘러싼 공방장이 되고 있다.

제10차 총회에 참석중인 48개 최빈국들은 선진국들이 외채를 탕감해주고
관세 철폐와 쿼터제 철회 등을 통해 시장을 개방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번 총회 의장을 맡고 있는 수파차이 파닛차팍 태국 부총리는 13일
"최빈국가군에 포함된 나라들이 외채위기에서 벗어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며 "외채위기 해소를 위해 채권국들과의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주말 UNCTAD 총회의 폐막과 동시에 최빈국들의 요구사항이
담긴 행동계획을 선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EU)대표들은 UNCTAD가 다자간 무역체제를
논의하기에는 부적합한 기구라며 최빈국의 입장에 반대하는 견해를 제시했다.

포르투갈의 경제담당 국무장관인 비토 하말로는 "UNCTAD는 다자간 무역
규범을 논의하는 회의체가 아니며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특권이다"라며
EU의 입장을 대변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의 극빈국중 하나인 캄보디아의 훈센 총리는 "빈국들에게
불합리하고 엄격한 조건과 기준을 계속 적용하는 것은 성장과 자유무역의
근본원칙을 방해하고 부정하는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에앞서 세계 40개국에서 온 NGO회원 등 수천명의 시위대들은 전날에 이어
13일에도 UNCTAD회의장이 위치한 방콕시내 퀸 시리킷 컨벤션센터 앞에서
전세계 수많은 사람을 가난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세계 금융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며 격력한 시위를 벌였다.

세네갈의 NGO 조정위원회 위원인 데무사 뎀벨레는 "세계화가 전 세계를
혼란과 불평등 및 광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을 유엔기구들이 알아야한다"
고 주장했다.

시위대들은 또 세계금융제도를 개도국에 이익을 주며 자연자원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편할 것을 UNCTAD 대표에게 요구했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에는 세계 1백90개국과 1백여개 국제기구를
대표하는 장관 및 고위관리들이 참석하고 있다.

< 김선태 기자 orc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