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초강세를 유지하면서 한때 배럴당 30달러(서부텍사스중질유, WTI기준)
까지 치솟았던 유가가 24일엔 하락세로 반전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 이행률이 떨어지고 있는데다
미국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해 유가가 조만간 하향안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유가동향 =24일 강세를 유지하다 막판 무렵 1달러 가량 급락했다.

뉴욕상품시장의 WTI 3월인도물은 배럴당 27.83센트로 마감, 전날보다
0.37센트 하락했다.

브렌트유 3월물과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각각 전날보다 배럴당 0.29센트,
0.18센트씩 내렸다.

최대소비국인 미국의 날씨가 따뜻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었던
데다 차익매물도 많이 나왔다.

국제유가는 올들어 WTI 최근월물 기준으로 장중에 배럴당 30.00달러를
기록했으며 폐장가로는 29.66달러까지 치솟았었다.

연초 24달러대에서 움직였던 것에 비하면 배럴당 4~5달러(약20%) 높은 수준
이다.

<>산유국동향 =OPEC회원국들은 여전히 감산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합의했던 하루 2백10만배럴 감산(비OPEC 산유국 감산분포함)
을 그대로 유지할지, 감산폭을 완화시킬지, 연장기간을 어느 정도로 할지에
대해선 아직 구체적 언급이 없다.

다만 감산이 연말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베네주엘라 로드리게스 석유장관)
이란 발언과 최근 유가급등세는 투기적인 것이며 OPEC는 유가의 안정을
원한다는 발언이 거듭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OPEC가 감산을 연장할 것이란 점에 대해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도 감산의 목적은 배럴당 20~25달러(WTI기준)로 유가를 안정
시키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종결정은 3월말에 열리는 OPEC총회와 정상회담에서 나오겠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물밑접촉을 통해서 그 전에 드러나게 된다.

<>미국의 동향 =미국은 하루 평균 1천만배럴정도를 수입하는 세계최대소비국
이어서 유가가 오르면 큰 타격을 받는다.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30달러에 근접한 지난주부터 팔짱을 풀었다.

24일 빌 리차드슨 에너지장관은 다음달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것이며
멕시코의 텔레즈 석유장관과도 조만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동작전이다.

OPEC내에서의 입지가 강한 사우디를 설득하는 한편 비OPEC국으로 감산정책에
동조하고 있는 멕시코를 회유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사정이 다급해질 경우 전략석유비축분(5억6천5백만배럴)을 방출할
수도 있으며 유엔을 통해 이라크의 산유허용량을 늘려줄 수도 있다.

<>재고동향 =세계에너지연구(CGES)가 24일 월례보고서에서 세계의 원유
재고량이 크게 줄고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으로 수개월내에 세계원유비축량이 50일분 미만으로 떨어질 수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중동의 원유시장전문지인 중동경제조사(MEES)는 이날 지난해 12월중
OPEC국가들의 감산이행률이 80%밑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유가가 오르면 그틈을 타서 산유국들이 증산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