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기술 패권"(Techno Hegemony)시대다.

기술력이 국가의 핵심 자산이자 경쟁력의 주춧돌이 된다.

"발명 새싹"이 주목받는 때다.

서울 방이초등학교 5학년인 이한솔(12) 군.

한국 발명계의 앞날을 짊어질 꿈나무 가운데 하나다.

이군은 지난해 특허청이 주최한 대한민국학생발명전시회에서 가능성을
내비쳤다.

발명품 2건을 출품해 "체결이 확실한 볼트.너트.스패너"는 금상, "자바라
분무기"는 은상을 받았다.

또 지난해 실용신안으로 출원한 "체결이 확실한 볼트.너트.스패너"와
"찜판 일체형 남비"는 권리등록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열살을 갓 넘긴 어린이가 이미 2건의 지식재산권을 갖게 된 것이다.

종업원 5명이상 중소기업 가운데 특허나 실용신안을 가진 업체가 채 5%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이군의 발명은 타고난 것이라기보다는 일상생활에서 호기심을 가진 덕분
이다.

"찜판 일체형 남비"는 어머니가 남비에서 뜨거운 만두찜판을 꺼내다
떨어뜨리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

뜨거운 찜판을 손에 닿지 않게 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그래서 뚜껑에 찜판을 붙였다 뗄 수 있는 남비를 만들었다.

꽉 조이는 볼트.너트.스패너도 마찬가지다.

"고장난 자동차를 고치던 아버지가 머리를 다쳤어요. 나사를 돌리던 스패너
가 미끄러져 자동차 밑에 누워있던 아버지의 머리로 떨어진 것이지요. 스패너
와 나사를 꼭 물리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나더군요. 스패너에 홈을 파고
나사와 볼트에 돌출부분을 만들어 맞물리게 하니까 문제가 해결되더군요"

이러한 이군의 호기심 때문에 집안에는 멀쩡한 물건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그의 손에 장난감은 물론 전화기 등 소형 가전제품이 대부분 분해된다.

용돈이 생기면 시계나 라디오를 사와 분해 조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모른다.

또 발명노트를 가지고 다니면서 불편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꼬박꼬박
적어둔다.

이군은 3학년 때부터 학교 발명반에 다니고 있다.

4학년 때부턴 학교대표로 각종 발명전에 나가 10여회나 상을 받았다.

또 지난 98년부터 한국발명아카데미에 다니며 체계적인 발명교육도 받고
있다.

"장래 희망은 우주항공과학자나 발명가가 되는 거예요. 우주의 끝까지 탐험
하고 수많은 수수께끼를 풀어보고 싶거든요"

이군은 과학고와 한국과학기술원에 들어가고 싶어한다.

나아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한국의 기술만으로 세계에 자랑할 만한
로켓을 만드는 게 꿈이다.

발명기술을 팔아 대학 등록금과 유학비용으로 쓰겠다는 그의 당찬 포부가
한국의 미래를 희망차게 그리고 있다.

(02)717-3050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