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포센 <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상임위원 >

앨런 그린스펀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으로 재임해온 지난 12년
6개월동안 미국의 통화정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지난 4일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그린스펀에게 FRB 의장직을 한번 더
맡겼다.

그린스펀은 이제 미국뿐 아니라 세계의 중앙은행 총재로서 막중한 책임을
다시 지게 됐다.

그러나 미 경제계는 그린스펀이 FRB 의장을 영원히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포스트 (post) -그린스펀시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지붕은 날이 갠 날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바로 지금이 FRB의 통화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속담이 꼭
들어맞는다고 생각된다.

미국경제의 펀더멘털이 튼튼할 때 그린스펀 이후의 통화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차기 FRB 의장이 그린스펀에 비해 물가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성공적인 통화정책을 펴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선진국들이 시행하고 있는 "인플레 목표제
(inflation targeting)"를 서둘러 도입하라고 권하고 싶다.

인플레 목표제는 낮은 인플레를 추구하는 모든 중앙은행들의 기본 통화정책
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보다 개방적이며 책임있는 통화정책을 구현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인플레 목표제 도입으로 물가억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중앙은행등
통화정책 당국자들은 구체적 수치로 인플레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

대개의 경우 연율 2%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또 중앙은행이 업무수행과정에서 얻는 각종 정보를 금융시장과 일반에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시장은 물론 일반인도 통화정책의 변경등에 대해 납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물가의 변화를 알리는 "인플레 리포트"같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FRB는 이 보고서에 현재 물가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설명하고 인플레
억제를 위한 향후대책등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인플레 목표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FRB가 그 목표치에 얽매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국제유가의 급등과 같은 예상치 못한 경제쇼크가 발생할 경우 더욱 그렇다.

특히 인플레 목표제를 실시하다 보면 금융위기 물가앙등 등의 사태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주지해야 할 사실이다.

FRB가 인플레 목표제를 도입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많다.

우선 물가상황과 전망에 대한 판단을 의장 개인이 아닌 다수의 전문가
집단에 맡길 수 있다.

통화정책의 수립을 전문가집단화 또는 구조화함으로써 미국의 통화정책은
1930~70년대와 달리 1990년대와 같은 꾸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두번째 장점은 인플레 목표제는 정책수단의 공개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정치권의 개입이나 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지난 97년 4월 영국은행이 독립권을 얻고 난 후 인플레 목표제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정치권의 외압을 배제하고 성공적으로 정책을 수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플레 목표제의 세번째 장점으로는 통화정책의 투명성으로 금융위기 등
경제쇼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중앙은행의 계획과 전망에 대한 수많은 정보는 시장과 시장 참여자로 하여금
중앙은행의 다음 수순을 예상케 하며 스스로 여기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때문에 낭비적인 요소와 쇼크의 파장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사업자와 투자자들이 미래를 알차게 계획하고 준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네번째는 인플레 목표제가 디플레이션 현상을 동반한 경기불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보험장치라는 점이다.

"제로(0)"% 이상의 인플레 상.하한선을 설정함으로써 중앙은행은 효과적으로
물가의 움직임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FRB의 통화정책 목표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없었던 1990년대 초반 FRB의
통화정책에 대한 금융시장의 반응은 그 정책이 어떻게 잘못될 것인가에
집중돼 있었다.

또 금융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FRB의 대응 역시 금리변동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이로인해 FRB의 의도를 시장이 잘못 해석하거나 시장의 문제점을 FRB가
잘못 판단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린스펀이 FRB 의장으로 다시 연임됐다고 해서 경제전문가들이 현재의
FRB 통화정책에 모두 찬성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붕은 날이 갠 날 고친다"는 속담대로 FRB는 작년 말 천명했던 통화정책의
투명성 강화를 경제상태가 건강할 때 실천에 옮겨야 한다.

그린스펀이 있는 FRB이든 그린스펀이 없는 FRB이든 시장과 일반인들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 정리= 방형국 기자 bigjob@ke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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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담 포센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상임위원의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정리한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