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98년 장기적 과학기술 투자를 위한 "21세기 연구기금"을 창설하고
지난해 "21세기 정보기술 이니셔티브"(IT2) 정책을 내놓았다.

"21세기 연구기금"은 전체의 42%를 기초연구에 쓰고 5년동안 3백10억달러를
비국방 연구개발프로그램에 투자토록 돼 있다.

올해 연방예산에 책정된 기금은 3백80억달러.

"IT2" 예산(총10억달러) 또한 62%가 기초연구에 배정된다.

"IT2"의 배경에 정보기술이 5년동안 미국경제 성장의 3분의 1을 담당했다는
분석이 자리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거니와 미국의 신경제가 과학기술과 이를
담당하는 인력에 대한 꾸준하고 집중적인 투자의 결과임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런 미국과 달리 우리의 현실은 다소 어두운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구조조정으로 대덕연구단지가
공동화된다는 보도가 있었거니와 사회적 보장과 경제적 뒷받침 모두 제대로
안되는 바람에 과학기술 인력의 좌절감이 심화됐다고들 한다.

과학정책의 경우 일단 방향이 확립되면 일관성있게 추진돼 연구자들이
안심하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정책이 자주 바뀌는 데다
예산 뒷받침도 안돼 연구원들의 사기가 엉망진창이라는 얘기다.

국가발전을 위해선 능력있는 과학기술자의 절대수가 많아져야 한다.

그러자면 이들이 "어디 가면 사회적으로 대우받는 명예직을 얻을까"가
아니라 "어디가면 하고 싶은 연구를 보다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는 풍토가
돼야 하는데 현실은 낮은 처우와 불안정한 지위 때문에 어떻게든 연구소를
떠나 대학으로 빠져 나가려고만 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정부가 과학기술 인력의 사기진작을 위해 과학기술훈장을 신설한다는
소식은 다행스럽다.

정부 수여훈장의 종류는 근정(공무원) 보훈 수교(외교관) 산업 문화 체육
새마을 등 11가지지만 과학기술은 포함되지 않아 과학기술인들은 그동안 산업
훈장 등을 받아왔다.

과학기술훈장은 과기인들의 용기와 의욕을 북돋우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인들이 홀대받고 있다고 생각해 기가 죽어있는 한 21세기 한국의
앞날은 암담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