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품소재 투자유치사절단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중인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이 15일 오후 늦게 도쿄시내 오타구에 있는 마치코바를 찾았다.

장관으로서는 처음이다.

겉으로 보기에 초라하기 짝이없는 동네공장지대인 그곳에서 4시간여를
보냈다.

새벽부터 한밤까지 빈틈없이 짜여진 일정 가운데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정 장관은 특수유압실린더의 일본시장을 80%나 점유하고 있는 (주)남부의
공장을 1시간가량 둘러봤다.

현황설명을 들은 다음 생산현장을 방문했다.

"한국과 상담해 본적이 있는가" "노조는 있는가" "평균연령은 어느
정도인가"...

정 장관은 노무라 사장에게 잇따라 질문을 던졌다.

현장에서 작업중인 여자종업원의 손을 잡고 "수고한다"며 격려하기도 했다.

정 장관은 곧바로 자리를 마치코바 지원업무를 맏고있는 오타구산업진흥협회
의 회의실로 옮겼다.

인사말을 통해 마치코바를 굳이 찾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마치코바야말로 일본경제에서 옥보석 같은 존재"라고 운을 뗐다.

"우리의 문제는 조그만 것에서부터 시작됐다. 여러분의 장점(세계최고기술)
을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며 한국투자를 요청했다.

한국에 대한 일부의 우려를 의식, "확실한 시장개방 등을 통해 한국이 이미
돌아오지 않는 강을 건넜다"고 강조했다.

마치코바 사장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실제 한국으로부터 수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스즈키사 베르크 사장)

"공업소유권보호에 문제가 있다"(사루와타리사 사야카 사장)

"관세가 너무 높다"(미쓰우미제작소 와타나베 전무).

마치코바 기업인들이 장관에게 속내의 일단을 드러내보였다.

정 장관은 "장사라면 가장 잘 모르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장사하는 사람을
돕는데는 톱"이라고 응답했다.

한술 더떠 정책분야에까지도 언급했다.

"무역적자문제는 정책으로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제 한국이 일본에
무역흑자를 줄여달라고 요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기술이전을 해달라며 조르지도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하마오카협회 이사장측에 한국초청장을 건내주면서 간담회를 마무리
지었다.

물론 이번 행사만으로 마치코바의 한국에 대한 우려가 불식되기는 어렵다.

우주위성 경주용자동차 첨단전자제품의 부품 소재 금형등 세계최고의 기술을
당장 유치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투자유치를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하느냐에 대한 해답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