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제범죄자들의 천국이라고 할 만하다.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투명성기구(TI)는 한국의 부패지수를 조사된
99개국 가운데 브라질이나 폴란드보다도 나쁜 50위로 평가.발표하였다.

한국의 부패 정도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무법
부패 사기 등이 대한민국의 총체적 국민성이 되어가고 있다고 과거에 쓴 바가
있다.

독직과 횡령으로 기소된 고위층들은 "왜 나만 표적하여 잡느냐"고 시비를
건다.

비료로 키운 콩나물을 팔다가 적발된 상인은 "먹고 살려고 한 일인데 그것도
죄가 되느냐"고 화를 낸다.

공로를 2~3m나 침범하여 터를 잡은 염치없는 시장가게에 사람들은 무신경
하게 들어가 물건을 산다.

어느 위치, 어느 지위에 있건 상관없이 국민 대다수가 법을 어기고 떼쓰는
일에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말할 것도 없이 우리 사회가 이런 행동을 다스리지 않기 때문이다.

다스리기는 커녕 오히려 키워준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우리는 세상을 떠들석하게 한 사건이 생기면 정치가, 은행장, 고위층들이
감옥에 가고 이들이 누구도 모르는 사이에 풀려 나와서 다시 호기롭게
활동하는 것을 종종 본다.

부도수표 발행으로 도망 다니던 사람이 굴지의 기업 사장으로 변신되어
있는 것을 본다.

횡령자나 사기꾼, 기타의 온갖 잡범들도 거의 잡히는 일이 없지만 간혹
잡힌 자들도 어느 틈에 양민이 돼서 전보다 더 잘 사는 것을 본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은 주위로부터 "순진하다"는 소리를 흔히 듣는다.

이 사람들도 이것이 바보를 의미한다는 사실을 안다.

자본주의 시장체제는 시민이 자율적으로 생활이란 "경기"에 참여해서 그가
뛴 것만큼 열매를 거두어 가는 경제질서이다.

그러므로 모두가 규칙을 어기고 반칙한 자가 이득을 얻는 경기라면 나도
반칙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이런 경기에서는 규칙만 고집하는 선량한 경기자가 도태될 것이고 반칙이
곧 국민적 규범이 될 것이다.

한국이 이런 질서를 가지고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해 왔다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사회에서 반칙자들이 행세할 수 있었다면, 국제사회에서 우리
같은 나라가 번성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성립한다.

여하간 국가간이건 개인사이이건 이런 부류들이 용납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대로 더 나간다면 한국은 진흙탕 같이 살기 더럽고 세계가 오물 대하듯
회피하는 나라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하겠다.

한국사회의 고질이 논의될 때마다 양식있다는 사람들은 국민 모두의 잘못
때문이라고 설득하려 한다.

우리 국민들에게 고발정신과 시민의식이 아주 부족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쯤 우리는 과거의 정치행위를 돌이켜보면서 국가를 이끌어온
위정자들의 책임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경제적 범죄나 일탈행위를 심각하게 응징하려는 의지를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과거에 대통령들은 무슨 구실이 생길 때마다 온갖 범죄자들을 감형.
사면해주고 전과를 깨끗이 없애주는 것을 일삼았다.

재벌과 은행, 농어촌과 기타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주고, 생활사범들에게
인심쓰는 정책도 곧잘 고려되고 동원되었다.

정치가들은 불쌍하기 그지없는 사회의 범죄자, 일탈자를 구원해 주는 것을
선정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동안 정직하게 법을 지키고 개인적 의무에 충실했던 시민들은
"등신같이" 이행한 스스로의 도로행위를 곱씹어보며 자기모멸의 허탈감에
빠진다는 생각을 이들이 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새 밀레니엄을 맞는다는 명목으로 정부가 "또" 대사면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국민의 정부는 그러나 이것이 과연 새천년의 우리 사회가 그리는 정의의
질서에 부합하는 일인지 숙고해 보기 바란다.

다른 나라에서도 우리처럼 대규모로 빈번하게 사면행위가 이루어지는지도
살펴보기 바란다.

그리고 이번에는 죄질이 나쁜 자는 제외시키고 경미한 자만 골라서 재기의
기회를 주겠다고 한다.

수형자를 이렇게 다시 심판하고 양형을 결정하는 일이 행정부가 할 일인지도
생각해보기 바란다.

경제범죄에 대한 수익성은 높은데 그 비용이 없다면 그 관대한 환경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사회적 이치이다.

새 밀레니엄을 시작하는 한국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직한 사람이
항상 승리하도록 정의와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단순한 선언이 아니었다면 이것이 바로 8.15 경축사에서 대통령이 이루겠다
고 천명한 부패 없는 사회의 의도가 아니겠는가.

< kimyb@ca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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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연세대 경제학과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박사
<>저서:경제체제론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