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이 급진전되고 있다.

외교소식통들은 14일 주룽지 중국총리와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가 예정에 없던 회담을 가지면서 중국의 WTO가입을 위한 양국간
협상에 큰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바셰프스키 대표는 협상일정을 이틀째 연장, 14일 오전 주 총리와 1시간
가량 회담한 뒤 스광성 대외무역경제합작부장과 룽융투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을 잇달아 만났다.

미국과 중국은 당초 이틀간만 회담을 벌일 예정이었으나 13일 심야협상을
벌인데 이어 이날 다시 시한을 연장, 5일째 회담을 벌였다.

이같은 양국간 협상연기는 12일 협상이 별 성과없이 끝난후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특별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협상타결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다.

톰 트립 USTR대변인은 구체적인 협상진전 상황에서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으나 "양측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으며 협상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의 일간 밍바오는 베이징 소식통을 인용, 주 총리가 협상 결렬을
눈 앞에 둔 13일 오전 바셰프스키 대표를 접견,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돌파구
를 열었다고 전했다.

미국은 최대 쟁점 중 하나인 중국의 "개발도상국 지위 가입"안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주 총리와 바셰프스키 대표의 회담을 계기로 양국의 협상이 급진전되면서
홍콩 언론들은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14일 일제히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한때 중국정부의 "정오 중대발표설"까지 흘러나오면서 협상의
극적 타결을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국무원의 정통한 소식통은 양국의 막판 협상에서 서비스 분야
개방폭과 섬유 수출쿼터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보험분야에서 중국은 WTO 가입 5년 후에나 시장을 열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가입 3년 후를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 수출쿼터의 경우 중국은 미국의 쿼터제 적용이 2005년까지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최소한 10년은 지속시키겠다는 입장이어서
양국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시장 개방폭에 대해선 양국간 의견차가 급속히 좁혀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그동안 중국 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 지분한도를 51%로 확대할 것을
요구해왔던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후퇴, 중국측 주장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그동안 한도를 49%로 제시해왔다.

외교소식통들은 주 총리가 WTO 가입 협상에 직접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주 총리는 지난 4월 WTO 가입에 관한 양자 협상에서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판받아왔다.

그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이 발생하자
장쩌민 국가주석이 직접 WTO협상을 챙겨왔다.

소식통들은 주총리의 개입으로 협상이 급류를 타게 된 것은 WTO협상과
관련해 주총리 등 개혁파가 상실했던 입지를 회복했다는 분명한 메시지라고
분석했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