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인플레이션이 우려되는데 오늘부터 휘발유값이 또다시 l당 8~10원
오르는 등 석유류값이 계속 올라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배럴당 최고 25달러까지 급등했던 국제원유값이 최근 21달러
선으로 반락하고 있는데 왜 기름값을 올리느냐는 의문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로 쓰는 두바이.오만산 원유의 월평균 도입가격이 약간
오른데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이번 석유류값 인상은 불가피하다
고 본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걱정해야 할 일은 세계은행이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올겨울 또한차례 석유파동이 일어나 국제원유값이 크게 오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만일 그렇게 되면 현재 기대이상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국내경기가
침체되고 잠재적인 물가불안 요인마저 가시화 돼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게
된다.

아직은 올겨울 유가전망에 관해 불확실한 요인들이 적지 않지만 우리로서는
지금 당장 석유소비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석유수급 사정은 기본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크게 늘어난 석유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얼마나 늘리느냐에 달려 있다.

특히 세계 석유수급에 미치는 영향이 큰 아시아권의 원유수송 기간을
고려하면 올겨울 석유수급 전망은 이미 유가불안에 반영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올겨울 유가전망은 이달말 사우디에서 갖는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 세나라 석유장관들의 유가정책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이때 특히 중요한 결정변수로는 국제원유가외에 석유재고량이 있다.

비록 연초에 비해 국제원유가가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의 석유수요
증가는 실수요보다 재고확충 영향이 크다고 보는 강경파 산유국들은 내년
봄까지는 감산정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을 맞아 유가가 지나치게 오를 경우 미국 에너지부가 전략석유
비축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산유국 입장에서도 무작정
감산정책을 지속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게다가 석유수요 내용에 따른 산유국간 입장차이도 미묘한 마찰을 빚고
있다.

즉 아시아 경제가 회복되면서 석유수요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중유에
비해 천연가스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이에따라 생산유종이
다른 산유국들 사이에서도 입장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앞으로 유가상승은 천연가스를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므로 우리는 특히 가스소비 절약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