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 벤처캐피털협 회장 >

최근 벤처산업육성을 위한 정부의 관심과 정성은 각별하다.

앞으로 5년간 2만개 이상의 벤처기업을 육성한다는 정부의 정책도 그
가운데 하나다.

벤처기업을 무슨 공산품 찍어내듯이 할 수 있느냐는 비판도 많지만 21세기
산업의 변화를 염두에 둘 때 오히려 부족한 목표설정일 수도 있다.

21세기 정보화사회의 국가전략산업은 크게 바뀐다.

새 밀레니엄에 국가경쟁력을 이끄는 것은 조선 철강 등의 재래산업이 아니라
<>정보통신 <>생명공학 <>에너지 등의 새로운 산업이 될 것이다.

새로운 산업의 시장규모는 향후 20년간 10배 이상 성장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경제연구소들의 보수적인 예측이다.

이러한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벤처기업일진대 비상한 각오나 전략 아래
육성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내놓은 정부의 정책은 실로 다양하다.

이를 보면 <>코스닥시장의 개선 <>스톡옵션제와 연구원 창업제도의 시행
<>벤처기업기준 마련 등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고 또 분리해서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나 벤처기업을 육성하는데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은 간접금융지원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이는 벤처캐피털을 벤처캐피털답게 육성하는 지름길이다.

벤처캐피털이란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다.

벤처캐피털이 융자 아닌 투자로서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되고 비교우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조달하는 자금의 내용부터 달라야 한다.

융자위주의 금융기관은 조달하는 자금의 코스트에 맞춰 여.수신 스프레드
(Spread)만 확보하면 된다.

반면 벤처캐피털은 그렇지 않다.

코스트가 정해진 자금은 투자하기가 어렵다.

투자란 확정수익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업기업에게 투자한 후 이들을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에 보통 5년 이상의 투자회임기간이 걸린다.

창업벤처기업의 부도율은 50%를 넘고 부도가 나지 않더라도 상장전까지는
배당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무수익자산으로 남기 일쑤다.

아무리 벤처캐피털이라도 코스트가 정해진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자금은 융자로 흐르게 된다.

이자상환이나 공금리 이상의 배당압력이 있는 자금은 몇 천억원 아니 몇
조원이 조달돼도 투자로 흐르긴 어렵다.

투자로 흐른다면 더 큰 문제를 부를 수 있다.

경기가 안 좋을 때에는 벤처캐피털산업의 전면적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캐피털에 필요한 자금은 성공하면 수십배로 돌려줄 수 있지만 실패하면
손해도 볼 수 있는 조건없는 자금이어야 하고, 이는 곧 투자조합을 말한다.

결국 벤처캐피털이란 투자조합을 의미하고 정통적 투자조합의 결성이 안
되는 나라의 여러 가지 벤처산업지표는 잘 이해되지도 않고 믿어주지도 않는
실정이다.

투자조합이 그나마 벤처산업의 활성화 여부를 나타내는 유일한 지표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최근 정부의 벤처캐피털 지원내용도 크게 개선되었다.

담보부융자지원에서 무담보융자로, 그리고 내년부터는 투자조합에의 출자를
크게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민간주도에 의한 투자조합 결성이 활성화되지 않고 또 최근의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오히려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금융산업이 그렇지만 벤처캐피털은 특히 규제에 민감하다.

규제하면 바로 위축된다고 보면 된다.

지금은 벤처기업의 육성을 위해 투자조합을 통한 양질의 투자조합재원을
크게 늘려야할 시점이다.

또 언제까지나 벤처캐피털이 정부의 지원에만 의지할 수는 없다.

벤처캐피털이 시장에서 스스로 투자재원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투자조합에
대한 특별한 세제지원이 필요하다.

기관투자자나 일반법인들의 투자조합출자를 유도하고 개인들의 자금도 끌어
내야 한다.

현재 투자조합출자자에 대해 출자금의 30%를 한해동안 소득공제하도록
해주고 있는데 이 세제지원으로는 투자자를 유인하기 어렵다.

또한 투자조합 법인출자자에 대해 주식양도차익 법인세 비과세 혜택을
주어야 한다.

현재 기관투자자나 개인에게는 주식양도차익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고
있으나 정작 법인에게는 혜택이 없다.

강도높은 세제지원을 앞으로 2~4년간 또는 1조~2조원 정도의 투자재원이
모일 때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해보았으면 한다.

이렇게 해서 모인 자금을 1백% 벤처기업 지분(equity) 투자에 쓰도록 한다면
2만개 이상의 벤처기업에 대한 지분투자를 민간 벤처캐피털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애써 예산을 확보하고 지원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또 이 자금을 투자받은 벤처기업들이 나중에 내는 세금은 지금 당장 감면해
준 것보다 몇십배가 많으리라 확신한다.

벤처산업정책은 벤처캐피털을 벤처캐피털답게 만들어가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 www.youngjkim@lge.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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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약력

=<>부산대 경영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석사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
<>현 LG창업투자 대표이사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