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경제뉴스 매체 하면 누구나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와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떠올린다.

여기에 또 많은 사람들이 CNNfn과 블룸버그를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양적인 면에서 보자면 CNBC야말로 경제뉴스의 황제로 부르기에
손색없다.

지난 89년 설립된 이 경제뉴스전문 TV방송사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유구한 역사의 모기업, NBC를 제치고 지난해 GE그룹 내에서 가장 이득을
많이 내는 대중매체로 부상했다.

91년까지만 해도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지난해 1억4천만달러의 당기순이익
에 이어 올해 2억달러, 내년에는 3억달러의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이 42%나 된다.

전통적 공중파 방송사들과는 성장잠재력이 판이하게 다르다.

미국 내에서만 6천8백50만되는 시청가구도 경쟁사를 압도한다.

30만 구독자의 FT나 1백70만 구독자의 WSJ, 3백만 구독자의 닛케이는 물론
9백만 시청가구의 블룸버그와 1천1백50만 시청가구의 CNNfn 등 경쟁자들과
비교가 안된다.

여기다 2백50만 일본 시청가구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수십 수백만 시청
가구까지 감안하면 가히 경제뉴스에 관한 한 독보적이다.

이처럼 경이로운 CNBC의 성공 비결을 몇가지로 요약하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우선은 유통망 장악이 꼽힌다.

지난 82년에 설립되고도 최고경영자들의 거듭된 비리로 햇볕을 보지 못했던
FNN(금융뉴스네트워크)을 1억5천5백만달러에, 또 텔레커뮤니케이션스의 적자
계열사및 템포케이블을 2천만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 것이 성공비결
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모기업인 다우존스와 CBS 모기업인 웨스팅하우스의 연합전선
을 따돌리고 무모하다는 평을 들으면서도 비싼 값에 이들을 인수한 것이
이듬해 흑자전환의 비결로 지적된다.

대상 고객층을 제대로 선택했음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전문가들과 큰손 투자자들을 주 시청자로 삼은 CNNfn에 비해 CNBC는 대학생
을 비롯한 젊은이들과 시장 상인들, 그리고 아마추어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경제뉴스의 대중화를 도모한 것이 적중했다는 것이다.

또 현학적 전문용어를 쓰지 않는 소탈함과 출연진의 친근함도 성공비결로
꼽힌다.

그러나 이 모든 성공비결보다 중요한 것은 솔직히 운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마디로 시대를 잘 타고난 것이다.

CNBC가 설립 시점은 9년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 사상 최장의 경제 호황기
시발점이었다.

이 기간에 미국내 주식가격은 다우존스주가지수 기준으로 4배로 뛰었고
투자인구는 30% 이상 늘었다.

가구당 가처분소득 중 주식에 투자한 비중도 60%가 채 안되던 수준에서
1백70%로 급증했다.

그러니 대학생 이발사 가내공업 종사자들이 하루종일 CNBC만 틀어놓고 보고
있다는 얘기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여기다 한가지 더 중대한 성공비결이 있다면 적과의 동침을 서슴지 않는
잭 웰치 회장의 유연함이다.

CNBC의 해외사업부문은 치열한 경쟁자였던 다우존스와 50대 50 합작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래서 다우존스 뉴스를 모두 갖다 쓰고 있다.

시대변화를 바로 읽고 누구든 이익이 되면 협조하는 전략적 기업가 정신이
무명의 작은 스튜디오를 2백억달러 회사로 키울 수 있었던 최대 비결로
여겨진다.

< 전문위원 shind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