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저물가속 고성장시대로 들어서는가.

7월물가가 작년말에 비해 처음으로 떨어진데다 올해 성장률이 6-7%로
예상돼 이같은 기대감이 일고 있다.

물가상승요인이 널려 있는데다 작년의 마이너스성장을 감안하면 올해
성장률 6-7%의 의미도 퇴색될수 있어 저물가 고성장기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물가상승요인에 적절히 대처한다면 허망한 기대만도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반면 신경제라는 용어를 낳을 정도로 저물가속에서 고성장을 구가해온
미국경제는 2.4분기 갑작스런 성장둔화와 인플레우려에 빠졌다.

미국의 경제를 조명해 본다.

=======================================================================

신경제가 드디어 막을 내리는가.

지난 2.4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인건비상황이 크게 나빠지자 "고성장.
저물가"의 신경제가 종말을 고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
되고 있다.

이 기간의 2.3% 성장률은 1.4분기(4.3%)의 절반수준에 불과한데다 예상
(3.3-3.5%)을 크게 밑도는 것이어서 경제계를 당혹케 하고 있다.

이같은 낮은 성장률은 기업들이 단행중인 대규모 정리해고와 맞물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를 더욱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컴팩과 프록터 앤드 갬블(P&G) 등이 최근 예고한 대대적인 다운사이징은
미국기업들의 새로운 리스트럭처링 붐의 신호탄일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따라 노동시장에 해고자들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현재 4.3%의
낮은 실업률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성급한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성장이 둔화되면 물가라도 잠잠해야 할텐데 실상은 그 반대다.

월가 이코노미스트들은 2.4분기중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과 수당 등 기업의
고용비용지수(ECI) 상승률이 1.1%로 전분기(0.4%)를 배 이상 웃돌았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 지수는 미국의 "경제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 의장이 각별히
챙기는 통계로 알려져 있다.

미국기업들이 지출하는 비용의 3분의 2 이상이 월급과 보너스 후생복지비
등 고용비용이다.

이 지표가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인플레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CNN 경제방송은 29일 경기를 진단하는 긴급 프로그램을 내보내면서 "금융
시장의 네스호 괴물(인플레)이 마침내 실체를 드러냈다"고 비유했다.

지난 10년 가까이 미국에서 인플레는 전설로만 존재할뿐 실제로 나타난
적이 없는 가상의 존재였음을 빗댄 표현이다.

고용비용 증가율이 1%를 넘어섰다는 노동부 발표는 이 괴물의 실존을
일부나마 확인해준 사건이라는 얘기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처럼 부분적인 신경제 파괴조짐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최근 3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를 넘은 반면 인플레는 2%도 안되는 등
비정상적 말기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미국같은 선진경제에서는 성장률이 3%를 넘으면 고성장으로 간주하는데
언제까지 이같은 고성장과 저물가가 지속될 수 있겠느냐는게 회의론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부정적 견해에 쐐기를 박은 것이 신경제론이었다.

인터넷의 빠른 확산등 첨단정보통신 기술의 출현으로 경제전반의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됨으로써 고성장과 저물가의 공존이 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그러나 2.4분기 통계치만으로 신경제의 종언을 점치는
것은 성급하다고 지적한다.

고용비용지수 증가율의 경우 1.4분기에 사상 최저인 0.4%를 기록했던 것과
대비돼 충격이 증폭됐을 뿐 전반적으로는 아직 인플레를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택경기는 왕성하고 제조업도 유럽과 아시아시장의 회복에 힘입어 되살아
나고 있는 등 실물경기는 아직 건실하다.

따라서 경제의 큰 흐름으로 볼때 2.4분기 지표들은 오히려 경기연착륙
(소프트랜딩)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는 분석도 강하다.

신경제의 항로가 구체적으로 어떤 궤적을 그릴지는 경기동향을 좀더 지켜
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