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외환위기가 발생하기 5년전부터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가 크게
어려워질 것이라고 각계 각층에 얘기해왔다.

정치인이나 고위관료 대학총장 경제인 등 이른바 오피니언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위기도래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까닭은 간단하다.

40년 넘게 중소기업을 경영해왔지만 갈수록 기업환경이 나빠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꼈기 때문이다.

책상에서 이론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는 분위기는
곧바로 실물경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경영환경을 악화시키는 것 가운데 하나가 근로기준법이다.

일본보다 기업에 더욱 불리하게 운영되다 보니 견딜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은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문제가 심각하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퇴직금의 경우 일본은 법규정이 없다.

다만 기업 임의로 정하는데 3년이상 근무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예가 많다.

하지만 한국은 1년이상 일하면 주도록 의무화돼 있다.

퇴직금 산정기준도 마찬가지다.

법규정이 없는 일본에서는 기업들이 보통 직전 1년평균 임금을 바탕으로
산정한다.

한국은 직전 3개월 평균으로 계산하게 돼 있다.

이는 인쇄나 음료 의류업종과 같이 계절적으로 일감이 몰리는 기업체에겐
대단히 불리한 것이다.

인쇄업종의 경우 연말에 잔업을 해 임금을 많이 받고 연초에 그만두면
퇴직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런 불합리한 제도는 연초에 종업원 퇴직러시가 일어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잔업수당도 불리하다.

일본은 잔업시 통상 시간급의 25~50%를 할증해도록 법에 정하고 있으나
주더라도 25%를 할증하거나 아예 주지 않는 사례도 많다.

한국은 무조건 50%를 더 주게 돼 있다.

이런 제도는 여러모로 중소기업을 힘들게 만든다.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경쟁해야 하는데 한국 기업은 손발이 묶인 꼴이다.

근로기준법을 최소한 일본 수준으로 개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근로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중소기업 중에 돈도 많이 벌고 경쟁력이 있는 업체는 성과급이나 스톡옵션
으로 얼마든지 종업원에게 보상할 수 있다.

다만 어렵게 버티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이 더 이상 쓰러지기 전에
국제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토대를 하루빨리 만들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경제위기가 또 다시 올 것으로 필자는 확신한다.

< 조영승 삼성문화인쇄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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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