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열린 APEC투자박람회에는 세계의 거물급 투자가들이 대거
몰려 아시아지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결코 줄어들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구조조정 실전의 세계적 대가로서 몇 안되는 한국통인
로스차일드펀드 윌버 로스 회장과 해외투자이론의 대가인 영국 레딩대 존
더닝 교수가 참가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본지 신동욱 전문위원과의 대담에서 로스 회장은 한국 경상수지흑자 폭의
감소 및 외국주식투자자금 유입의 둔화를 점치며 더욱 더 해외직접투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것과 미국과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해 둘 것을 권고했다.

한편 더닝 교수는 외자유치도 국익에 합당하게 해야 함을 강조했다.

두 사람 모두 한국경제의 강한 재반등을 확신하며 이번이 일본을 앞지를 수
있는 호기임을 역설했다.


[ 대담 = 신동욱 전문위원 dwshi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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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MF관리체제에 들어선 이후 많은 외자유치 실적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외자유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또 올해 한국의 경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한국은 작년에 큰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갈수록 흑자폭은 줄어들 것입니다.

작년의 무역수지 흑자는 이미 만들어 놨던 재고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생긴
비정상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한국이 무엇인가 외국에 팔려면 그만큼 뭔가를 사와야만
합니다.

따라서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주식시장에 의존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특정기업의 주식을 누가 얼마만큼 소유하건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주가와 기업성과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은행들의 대출관행도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그런 능력이 미비돼 있으니까요.

한국이 외채문제를 해결하고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경제성장을
이루려면 결국 외자유치를 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한라그룹이 로스차일드를 통해 자금을 들여오기로 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인기가 아주 좋습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미국의 주요 투자가들은 거의 모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미 투자된 것만 8억5,600만 달러나 됩니다.

이런 투자에도 불구하고 한라그룹이 채무를 변제 못하면 부족분은 우리가
투입한 3억4,500만달러의 브리지 론에서 메워집니다.

인기가 없을 수 없지요"

-한라그룹을 돕게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한국정부나 정치권의 요청이 있었습니까.

"98년 1월 김대중씨는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돼 있었지만 취임 전이었습니다.

이때 한라그룹 사람들을 소개해 준 곳은 현대그룹 북미주 본사였습니다.

한국 정부나 정치인들과는 전혀 접촉이 없었습니다.

전적으로 경제적 판단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한라그룹을 어떻게 보십니까.

"참으로 경탄할만한 회사입니다.

한라중공업의 경우 한국에 있는 어떠한 조선소보다도 가격경쟁력이 탁월합
니다.

최신 설비에 노동력도 젊은이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또 한라시멘트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전용 부두를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시멘트의 선적과 하역에 쓰이는 컨베이어 벨트는 세계에서도 가장 긴
것입니다.

하역용과 선적용 2개의 복선 궤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류와 운송체계가 그렇게 효율적일 수가 없습니다.

한국은 97년까지만 해도 시멘트의 순 수입국이었지만 98년부터는 수출국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같은 우리 예측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습니다.

만도기계 역시 일본 부품회사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습니다"

-투자가들은 어느 정도의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1년 후 25% 내지 30%로 봅니다.

여기다 현재의 증시활황이 계속된다면 별도로 또 25% 내지 30%의 추가적
수익도 가능할 것입니다"

-로스차일드가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브리지 론과, 국내외 M&A투자금을 합한 총액의 0.75%를 수수료로 얻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의 선량한 법인격 시민(corporate citizen)이 되고자
이 모든 일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아시아 지역 전체의 경제성장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는 것은 현재 미국입니다만 미국만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습니다"

-한국 금융업에 진출할 의사가 있습니까.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특히 은행업은 꽤 전망이 좋은 사업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입니다.

모두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뉴브리지캐피탈 HSBC의 협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국가경제가 올바로 돌아가려면 금융업계가 자금을 제대로 순환시켜 줘야
합니다.

"제대로"란 수익성 높은 기업 순으로 자금을 융통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
다.

한국의 은행들은 지금껏 관치금융에 안주해 와 이런 능력이 절대 부족합니
다.

돈을 아무리 퍼부어도 이런 경영능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은행은 금새 또
부실해집니다.

돈보다 전략적 파트너가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계속 은행을 쥐고 흔들려 하면 될 것이 없습니다"

-한국 주식투자자들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여부에 민감합니다.

만약 절하한다면 어떤 파장이 있을 있다고 보십니까.

"중국은 이미 자국 통화를 조용히 평가절하한 상태입니다.

통화가치를 절하한다는 것은 자국 수출품을 다른 나라에 비해 싸게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예컨대 중국은 이미 컨테이너 값을 40~50%씩이나 내려 수출하고 있습니다.

다른 품목도 마찬가집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평가절하한다고 해도 그 때문에 한국
이 치명타를 입지는 않을 것으로 봅니다.

그 파장은 몇 달 안으로 진화될 것입니다"

-일본 엔화는 어떻습니까.

"미국 정부는 일본 엔화가 달러화에 비해 너무 싸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원엔환율의 적정선은 10:1이라고 봅니다.

환율이 11:1 내지 12:1까지 가면 엔화가 너무 강세를 보여 좋지 않고 이것이
또 8:1 내지 9:1로 가면 원화가 지나치게 강세가 되어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은 해외직접투자유치에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일본의 한 유명한 교수는 한국의 활로기 일본을 앞서가는 첨단산업에 있지
않고 일본과의 착실한 분업에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은 이미 잘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일본 시장입니다.

일본 시장만 열리면 한국의 부품산업은 크게 융성할 것입니다.

한국이 일본의 부품공장이 되라고 한다면 시장도 활짝 열어야지요.

한국은 사실 지금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습니
다.

한국은 지금 빚을 빠르게 갚아나가며 힘을 재정비하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은 지금도 계속 빚을지고 있습니다.

일본은 세계 총저축액 3분의 1의 주인이지만 빚은 2조4,000억달러로 세계
최대 부채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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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59년 예일대 졸업
<>61년 하바드 비즈니스 스쿨 MBA
<>76년 로스차일드 입사
<>이탈리아 재무성 구조조정 자문위원
<>뉴욕시 코네티컷주 공기업 민영화 자문위원
<>스미소니안연구소 재단이사장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