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이 뭐예요"

한경일 소장은 며칠째 이코노탐정 사무소에 쇄도하는 문의전화로 진땀을
쏟고 있다.

아예 전화 코드를 뽑고 싶을 정도다.

의사와 약사들이 힘겨루기를 하느라 아직 결론도 나지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뭐가 달라지느냐"고 묻는 통에 두손을 들었다.

한 소장은 마침내 의약분업의 전말을 파헤쳐 보기로 마음 먹었다.

최정예 탐정은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약사회를 방문,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지
를 알아보기로 했다.

한 소장은 먼저 보건복지부 안효환 약무정책과장을 찾아갔다.

"의약분업이 도대체 무엇을 한다는 겁니까"(한 소장).

"의사는 진료에 전력해 처방만 내리고 약은 약사가 짓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안효환 과장)

"지금도 불편하지 않은 데 왜 분업을 시킨다는 겁니까"(한 소장)

"소비자들이 약의 효능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약국에서 약을 마음대로 사는
게 현실입니다. 아예 환자가 약품명을 지정해주지 않습니까. 이러다보니
약물 오남용이 너무 심해져 국민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국민들
의 항생제 내성률이 세계 최고70%입니다. 내성률이 높으면 약효가 듣지 않게
되지요. 결국 치료가 어려워지고 치료비도 더 들게 됩니다"(안 과장)

"선진국에서도 그렇게 합니까"(한 소장)

"선진국들은 일찍부터 의약분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 국민들의
항생제 내성률은 10% 미만입니다"(안 과장)

한 소장은 문득 의약분업이 되면 환자들이 병원과 약국을 오가야해 불편하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과장은 이를 꿰뚫기라도 한듯 "의약분업 초기에는 국민들이 불편할 것"
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나 국민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국민은 물론 의사와 약사 모두 일시
적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소장은 이처럼 필요한 의약분업이 올해 7월에서 내년 7월로 왜 연기됐는
지 물었다.

안 과장은 "이해가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했다.

의사는 의약품 직거래를 통한 이익을 더이상 얻을 수 없게 되고 약사는
약을 자기 뜻대로 판매하면서 얻었던 이익을 포기해야 되기 때문이라는 것.

한 소장이 안 과장을 만나고 있을 때 최정예 탐정은 대한의사협회 최인수
사무총장과 마주앉아 있었다.

최 총장은 정부안에 몇가지 문제가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먼저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의약품(전문의약품)을 너무 적게 잡았다는
것.

"2만3천여종의 약중 절반가량이 약사가 마음대로 팔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돼있습다. 이래서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살릴 수 없어요."(최 총장)

또 의사의 처방과 관계없이 약사가 다른 약을 줄수 있게 해야 한다는 약사회
의 요구도 말이 안된다고 주장한다.

의원은 약국을 설치할 수 없고 병원급 이상만 약국을 운영할 수 있게 함으로
써 환자들이 병원으로 몰릴 수 밖에 없게 한 대목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리가 있었다.

최 탐정은 곧바로 대한약사회를 찾아 원희목 총무를 만났다.

원 총무는 우선 약사들이 임의로 조제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최대한 확보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들이 조그만 상처에도 병원을 찾아가 처방을 받고 다시 약국에서 약을
사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소비자들을 괴롭히는 처사라고 지적한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을 약사가 얼마나 준수해야 하느냐도 관건이라고 한다.

정부안에서는 "의사가 요구할 경우"엔 의사의 처방을 약사가 바꾸지 못하게
돼 있다.

이에대해 원 총무는 "이렇게 되면 의사와 제약회사가 담합해 결국 약값이
올라가고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값이 지나치게 비싸거나 약효가 떨어지는 게 명확할 땐 약사가 같은
효능의 다른 약을 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소장과 최 탐정은 양측의 입장을 중재하고 있는 경실련에서 함께 만났다.

김승보 정책실장은 나름대로 애를 썼다고 말했다.

<>모든 의료기관에 의약분업 적용 <>분업대상에 주사제 포함 <>환자가 동의
할 경우엔 약사의 대체조제 허용 <>전문의약품 소폭 확대 등 양측의 입장을
적절하게 조정했다는 것.

하지만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자신도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당사자가 합의하지 못할 경우 정부안을 따르기로 한 약속에 따라 일단은
정부안대로 시행하게 됐다.

물론 시행시기가 1년이상 남아 추가협상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 김도경 기자 infofe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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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분업 약사 ]

''진료는 의사, 약은 약사에게''

수십년 된 낯익은 표어다.

한국에서 의약 분업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은 36년전이다.

지난 63년 약사법에 규정했으나 의사와 약사의 이해다툼으로 기약없이
미뤄져 왔다.

지난 94년에 올해 7월부터 시행하기로 확정됐으나 또다시 1년 연기됐다.

<> 의약분업 일지

<>63년:약사법에 원칙 명기
<>94년:약사법 개정때 대통령령으로 5년내 시행 결정
<>98.8:의약분업추진협의회가 99년7월부터 시행키로 결정
<>99.2:의사협회와 약사회, 2001년으로 연기 건의
<>3월1일:국민회의 중재안 제시
<>3월2일:의사협회와 약사회, 5월9일까지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중재안
만들기로 합의.
<>3월9일:국회 본회의에서 실시시기 2000년7월로 1년 연기 결정
<>5월6일:시민대책위, 최종안 제시

[ 의약분업 주요쟁점 ]

<> 의약품 분류

<>정부최종안 - 전문의약품 1만1천4백종
- 일반의약품 1만1천7백종
<>시민대책위 중재안 - 전문의약품 1만2천종
- 나머지는 일반의약품
<>대한의사협회 - 전문의약품 대폭 확대
<>대한약사회 - 1백여종 재검토후 전문의약품으로 추가 가능

<> 대상의약품

<>정부최종안 - 주사제 제외
<>시민대책위 중재안 - 주사제 포함(일부 주사제만 제외)
<>대한의사협회 - 주사제 제외
<>대한약사회 - 주사제 포함

<> 대체조제

<>정부최종안 - 일반명.상품명 병행(의사의 요구시 대체조제 불가)
<>시민대책위 중재안 - 일반명.상품명 병행(환자가 동의하면 대체조제
가능)
<>대한의사협회 - 대체조제 불가
<>대한약사외 - 대체조제 허용

<> 대상의료기관

<>정부최종안 - 의원(병원.종합병원 제외)
<>시민대책위 중재안 - 모든 의료기관
<>대한의사협회 - 내부이견
<>대한약사회 - 모든 의료기관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