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길 < 숭실대 교수.경제학 / 한국중소기업학회장 >

정부는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중소기업청의 올 국정개혁보고 회의에서 20세기에 발전한
나라는 중소기업을 발전시킨 나라라고 언급하면서 중소기업의 분발과 이를
위한 효율적인 지원정책을 당부했다.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이 맞고 있는 현실은 아직도
차가운 겨울이다.

중소기업 문제가 몇가지 정책시행으로 쉽게 풀릴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
이다.

중소기업 지원육성은 수없이 되풀이돼온 주장이다.

역대 어느 정부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은적이 없지만 중소기업
정책은 소문난 잔치에 비유돼 먹을 것이 별로 없다고 했다.

중소기업은 지원을 통해서만 육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중소기업 스스로
시장경제에서 이길 수 있는 자구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정책을 올바르게 세우고 세운 정책을 제대로 집행해서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육성하거나 그러한 기업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소기업정책의 핵심이다.

지난 96년2월에 중소기업청이 급하게 신설되었다.

그해 4월의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진 정치적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있었고
그후 기회있을 때마다 중소기업부로 승격돼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정치의 계절은 언제나 중소기업의 계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부 승격 주장은 2백60여만개의 중소기업체와 관련된 유권자의 표를
의식한 것일 수도 있으나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을 위한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걸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중기청이 신설될 즈음 필자는 중소기업의 온갖 어려움이 중소기업 전담
부서가 없어서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중기청이 제 기능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글을 쓴적이 있다.

중기청은 그동안 별다른 정책수단을 갖지 못한채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버둥댔다.

그런 결과 중기청을 중기문제 검토청이라고도 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지 못할 바에는 중기청을 없애고
과거처럼 차라리 산자부로 흡수시키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청단위 행정기구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로 중기청의 기능이 축소, 중기지원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작고 유능한 정부를 싫어할 국민은 없다.

정부조직은 축소되어야 하고 공무원을 줄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과 기준이 무차별적 획일적으로 적용되어 중기청이 중기
문제 검토청의 역할마저도 못하게 될 가능성은 없는가.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육성이라는 정책과제를 버리지 않는 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행정기관은 오히려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화려하고 다양한 중기지원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단기효과를 기대
하거나 그것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으면 실효가 없다.

세계 청소년 축구대회에서 일본이 준우승을 차지, 세계를 놀라게 했지만
그건 일본 축구계가 수십년동안 꾸준히 청소년 축구를 지원 육성한 결과였다.

중소기업 육성이야말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꿈나무를 키우는 일을 하루아침에 이루어낼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중기청은 중기행정이 규제가 아닌 서비스행정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중기
육성을 위한 행정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현재의 조직과 인력으로도 역부족
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싼 그동안의 과정에서 공무원 스스로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기득권 세력으로 행동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중기청이 중소기업에
얼마 만큼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고 중소기업을 도울 수 있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을 갖추었는가를 냉정히 검토해야 한다.

만일 여기에 긍정적인 답이 나온다면 그러한 조직은 구조조정이라는 바람에
도매금으로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중기청이 거듭나야 하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5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