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양의 기운이 소생하면 자연히 사람의 생리적 활동도 왕성해진다.

이때 이 욕구를 몸과 마음이 감당하지 못하면 피로상태가 지속된다.

보통 선천적으로 기운이 부족하거나 소화기계통인 비위의 기운이 약하고
담음(몸속에 축적된 병적인 체액)이 많은 사람에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봄철 만성피로는 허로와 노권상으로 설명할수 있다.

허로는 몸의 원기가 떨어지고 내부장기 기능의 균형이 떨어지면서 몸이
전반적으로 쇠약해지는 것이다.

노권상은 지나친 육체및 정신활동으로 몸안의 진액이 소모된 것이다.

겨우내 영양이나 운동의 측면에서 섭생을 소홀히 한것이 이런 현상을
부른다.

봄철 만성피로를 이기려면 우선 산나물을 먹자.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체액의 산성화를 막고 머리와 피를 맑게 해준다.

백화점 같은데서 파는 인공재배나물은 산에서 자생하는 나물만 못하다.

달래 냉이 씀바귀 들쑥 두릅나물 취나물 삽주 기름나물이 좋다.

쑥은 간장 비장에 좋고 혈압을 낮추며 피를 맑게 한다.

냉이는 간에 성약으로 간의 피로를 덜어주고 눈을 맑게 해준다.

씀바귀는 식욕을 돋우는데 제격이다.

달래는 빈혈과 동맥경화예방에 효과적인데 생채로 먹는게 최고다.

맛이 쌉쌀한 나물은 초고추장에 무쳐야 제맛이 난다.

인스턴트식품은 삼가는게 좋다.

비타민C와 대뇌중추신경을 자극하는 티아민이 결핍돼 있어 춘곤증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

적당한 수면이 필요하다.

하루에 적어도 7시간은 자는게 바람직하다.

침실온도는 섭씨 25도로 유지하고 너무 푹신한 침구는 피하며 잠자리 들기
전에 5분간 간단한 스트레칭을 한다.

점심을 먹은후 잠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므로 잠깐 눈을 붙이는게 오후의
집중을 위해 바람직하다.

다만 낮잠을 너무 오래자면 밤에 잠을 못이루는 악순환이 계속되므로
이를 삼가야 한다.

이밖에 고른 영양섭취, 가벼운 목욕, 긍정적이고 명랑한 마음, 가벼운
운동이나 레크리에이션이 필요하다.

한의학적으로는 겨우내 허약해진 비위나 폐신의 기운을 한약으로 보해
만성피로를 다스린다.

비위가 약할때에는 보중익기탕 팔물군자탕 사군자탕, 폐신이 약할 때에는
육미지황탕 팔미지황탕 독활지황탕 등을 쓴다.

침자리를 지압하는 요법도 효과적이다.

등뼈 목덜미의 정중선에서부터 좌우로 3cm쯤 떨어진 부위를 아래쪽으로 계속
눌러 내려가면 피로가 개선된다.

이는 오장육부의 기능을 담당하는 경혈이 모두 등쪽에 분포돼 있어 이곳을
지압하면 내장기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눈가의 관자놀이와 귀뒤의 오목한 부위를 지긋이 지압하면
피로와 두통이 상당히 풀린다.

이밖에 인삼차 구기자차 오미자차가 만성피로에 좋다.

이같은 요법으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면 간염 결핵 당뇨병이거나 양의학적
으로 설명되지 않은 피로증의 하나로 볼수 있으므로 전문한의사와 상의해
보는게 바람직하다.

이형구 <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