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경역 냄비아저씨는 내가 혼자 멀리서 좋아하는 분이다.
그아저씨의 성함을 나는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를 휘경역 냄비아저씨라 부른다.
아침에 학교 갈때와 저녁에 집에 올때, 하루에 최소한 두 번, 나는 휘경역
철길을 지난다.
거기에 그아저씨가 계신다.
학교가 석관동 구안기부터에 자리를 잡으면서 이길을 더듬어 오던 날, 나는
처음 그아저씨를 보았다.
오래 전부터 그자리를 지켜온 사람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있었다.
그날부터 그길이 정이 들었다.
외국어대학교를 바라보는 이길양편에는 40여개의 좌판이 있다.
그중에서 제일 먼저 출근을 하시는 분이 그분이시다.
리어카에 넣어둔 냄비들을 큰 것부터 제일 위에 작은 것까지 정성스럽게
마른걸레로 닦아 탑처럼 올려 놓는다.
엷은 빛을 발하며 아침을 여는 그얼굴이 참으로 내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차들이 많지않았던 어느날 나는 깜박이를 켜고 제일위에 놓인 냄비 하나를
샀다.
내림 창문으로 냄비와 거스름돈을 건네주는 아저씨가 오랜 친구처럼 정겨워
웃음으로 답했다.
그의 눈도 웃고 있었다.
그런데 퇴근할때보면 그리어카는 가장 먼저 거적으로 덮히고 고무줄로 꽁꽁
묶여져 있었다.
그분이 저녁때 또 다른 일을 하시나 궁금해졌고 그분 주변의 일도 궁금해
졌다.
기회있을 때마다 깜빡이를 켜고 다시 몇개의 냄비를 사면서 드디어 나는
말을 붙일 수있는 기회를 포착했다.
그아저씨는 비가오나 눈이오나 그자리에 어김없이 아침 8시에 출근해서
저녁 6시와 7시사이에 퇴근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하루에 꾸준히 냄비가 10개정도는 팔린다고 한다.
주로 시골이나 누구를 방문하는 아주머니들이 오전에 지하철역으로 가면서
냄비를 사신다고 한다.
따로 점포세를 안내니 남보다 더싸게 팔 수있어좋고 자신은 그이상 더
욕심을 내지않는다는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이 왜 화사하게 다가오는지 알 수있을 것같았다.
나는 그아저씨가 있어서 이동네가 좋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2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