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에서 한국의 노동시장에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평생직장의 신화는 무너졌고 연공서열제는 이미 옛 이야기가 됐다.

대신 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의 경제위기와 개혁프로그램"을 주제로 한 외국인
좌담회 시리즈 열네번째로 외국계 헤드헌터업체의 최고경영자들을 초청,
급변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은 한결같이 "한국의 노동시장은 매우 경직돼 있어 유연성확보가 시급
하다"고 지적했다.

또 기업들은 전문가시대를 맞아 전문인력 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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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담 참석자 : 알란 팀블릭 < 콘페리인터내셔널 사장 >
필립 티로 < TAO인터내셔널 사장 >
임기순 < 보이든인터내셔널 사장 >
전성철 < 국제변호사 / 사회 > ]

<> 전성철 국제변호사(사회) =한국 사회에서 아직 "헤드헌터"라는 용어는
매우 생소하다.

헤드헌터가 무슨 일을 주로 하는지 설명해 달라.

<> 알란 팀블릭 콘페리인터내셔날 사장 =시장조사나 자체 정보망을 통해
특정분야의 전문가들을 확보하고 그들을 필요로 하는 기업과 연결시켜 준다.

물론 사전에 철저한 조사와 준비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업무내용, 기업문화, 기존 팀원들과의 조화 등 세부적인 사항을
제대로 파악해 과연 이 사람이 기업이 찾고 있는 최적의 인재인지를 판단한
후 소개시킨다.

한마디로 잡(Job)컨설팅이라고 보는게 옳다.

<> 필립 티로 TAO인터내셔널 사장 =구인 광고와도 구별돼야 한다.

신문광고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이력서를 "콜렉트(collect)"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일은 업무내용 전문성 등 여러 요소들을 감안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특정분야의 인재들을 "서치(search)"해 공급한다.

그러나 헤드헌팅의 서비스영역와 수수료 수준이 표준화돼 있지 않아 시장이
여전히 혼란스럽다.

<> 임기순 보이든인터내셔널 사장 =헤드헌터 업종이 한국에 소개된 것은
겨우 10여년이다.

따라서 아직도 주요 고객인 기업들을 상대로 교육시키는 과정이라고 봐야
옳다.

일부에서는 구직자들이 수수료 등을 내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관련
비용은 인력을 찾고 있는 기업이 전적으로 부담한다.

<> 사회 =한국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팀블릭 사장 =유연성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

같은 아시아국가이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 비해서도 한국의 노동
시장은 상당히 경직돼 있다.

<> 티로 사장 =우리 회사는 이미 다른 아시아시장에 진출한지 25년이 됐다.

보이든도 30년이 넘은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곳은 사업이 자리잡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정도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확보돼 있었다는 얘기이다.

<> 임 사장 =최근 들어 많이 바뀌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어려운 것도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 사회 =전체 고객중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정도인가.

<> 티로 사장 =약 20% 정도 된다.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동안 한국의 기업경영은 혈연.학연 중심적이어서 제대로된 인력채용이
이뤄지지 못했다.

사람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효율적인 인력채용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헤드헌터를 통한 채용문화도 생소할 수 밖에 없었다.

<> 임 사장 =대부분이 국내 진출한 외국기업이다.

한국 기업은 10% 정도이다.

한국 직장인들은 그동안 일본과 마찬가지로 "평생직장" 개념이 확고히 뿌리
박혀 있어 쉽게 일자리를 옮기질 못하고 있다.

심지어 자주 직장을 바꾸면 인간관계가 좋지 않다는 평판을 받을 정도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제너럴리스트(generalist)를 많이 채용해 왔다.

그러나 기업환경이 점차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를 요구함에 따라 한국
기업의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들이 국제금융분야를 강화하면서 최근 국제업무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찾고 있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 팀블릭 사장 =외환위기를 겪었던 지난 1년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업들의 채용시스템도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다.

앞으로 한국기업의 인력 채용문화도 선진국형으로 바뀔 것으로 확신한다.

<> 사회 =인재채용관련 수수료를 기업들이 전액 부담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수준인가.

<> 임 사장 =기업들로부터 받는 채용수수료는 연봉의 20% 미만이다.

예를 들어 채용된 직원의 연봉이 3천만원일 경우 해당기업은 6백만원을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정부 규정에 따라 수수료가 연봉의 20%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 팀블릭 사장 =다른 나라의 경우는 40%가 넘는 곳도 많다.

20%가 결코 높은 수준은 아니다.

<> 사회 =그래도 20%라면 국내 기업에는 부담이 되는 높은 수준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 티로 사장 =그렇지 않다.

기업들이 인재채용을 투자의 일부분으로 이해한다면 20%는 전혀 높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특정분야의 지식과 노하우를 갖춘 유능한 인재를 채용했을때 그
기업이 누릴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는 무궁무진한 것이다.

<> 팀블릭 사장 =한국 기업들도 처음과 달리 수수료 수준에 대해 점차
이해하는 것 같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들 사이에 "인재채용은 투자"라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가고 있다.

<> 임 사장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것이 기업 경영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인재채용이 중요하다는 얘기이다.

이를 감안할 경우 20%의 수수료는 높은 수준은 아니다.

<> 사회 =최근 한국내에서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기업들은 잇따라 연봉제를 도입하고 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직장인들은 어떻게 자기계발을 해야 하나.

<> 팀블릭 사장 =한국 직장인들은 그동안 일정 기간만 지나면 승진하는
것을 당연시해 왔다.

또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일을 적게 해도 되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그런 자세로 조직에서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

과장이 부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시대가 왔다.

연봉제는 하나의 인센티브로서 기업 활동의 활력소로 작용할 수 있다.

새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선 자신의 부가가치를 스스로 높일 수 있는 전문성
과 지식을 쌓는데 게을리해선 안된다.

<> 임 사장 =평생 직장보다는 평생 직업의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개인의 전문화가 그 어느때보다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경력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지속적인 경력관리를 해야 한다.

자신의 전문지식, 기능, 경험, 잠재력 및 적성 등을 면밀히 분석, 취약
분야는 보완하고 강점은 더욱 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 티로 사장 =호봉제에 길들여진 나이든 직장인들은 갈수록 적응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은 직장인들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능력있는 이들에겐 과거에 경험하지 못했던 좀더 많은 연봉과 빠른 승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본다.

<> 사회 =외환위기이후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으며
전문경영인 시스템 도입도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외국 기업들이 원하는 바람직한 전문경영인상은 무엇인가.

<> 임 사장 =분야별 전문가들을 가장 선호한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및 실무경험은 기본이다.

외국기업의 업무관행, 기업문화의 이해도, 국제적인 비즈니스감각, 외국어
능력도 필수적이다.

시장원리에 의한 무한경쟁시대에 들어서면서 한국기업들은 외국기업과
경쟁을 하기 위해선 소유지배 관계나 정책적 고려에 의한 비전문인의
낙하산식 임용을 지양해야 한다.

<> 티로 사장 =한국기업들이 인재를 뽑을때 주로 조직에 대한 충성심과
인맥.학연 등에 얽매이는 것과 달리 외국 기업들은 창의력, 성장잠재력,
적응력, 문화적 이해도, 언어능력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

또한 주주를 위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 팀블릭 사장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대답하기 힘들지만
오랫동안 경험한 바로는 과거 직장에서의 업무 성취도, 팀워크, 기획력,
리더십을 겸비한 인재를 우선적으로 뽑는다.

<> 사회 =한국내에서 헤드헌터 사업을 하는데 있어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 임 사장 =무엇보다 헤드헌팅업에 대한 국내시장의 인식부족이다.

대부분 국내 기업은 외부로부터 전문인력을 채용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지
않다.

특히 수수료를 지불해가면서 외부의 서비스를 이용해 인력을 채용하는 것에
익숙치 않다.

또한 국제적인 전문 헤드헌팅 업무관행 및 질적 기준과 기업 윤리 등에
미달되는 군소업체들의 등장으로 헤드헌팅 서비스의 본질이 오도되는 것도
문제점이다.

<> 팀블릭 사장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이다.

후보자들은 헤드헌팅업체가 전화를 걸어 잡오퍼(job offer)를 할 경우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처럼 행여 옆에 동료가 들을까봐 쉬쉬해야 하는게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능력이 있으면 좀더 좋은 직장을 얻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

<> 사회 =정부에 바라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임 사장 =당국의 인식이 점차 제고되고 있는 실정이긴 하지만 여전히
"직업안정법"의 테두리내에서 유료직업소개사업 또는 국외근로자 공급사업
등과 유사한 범주내에서 규제를 받고 있다.

전문 헤드헌팅 사업의 기준을 구체적으로 분류해 정비 보강해 보다 현실적
인 관리가 필요하다.

<> 티로 사장 =수수료에 대한 규제도 재고돼야 한다.

시장의 수요공급법칙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현실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리=김수찬 기자 ksch@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