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희 < 고려대 교수. 경영학 >

인터넷마케팅이라는 기업경쟁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의 수가 인류 경험 초유의 속도로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내 인터넷 사용자 수는 2백5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2000년에는 국내에 7백50만명, 세계적으로는 17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
되고 있다.

이들이 형성하는 시장 규모는 2000년에 66억달러로 추정된다.

관련 산업까지 포함하면 7천7백50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단지 웹사이트 개설을 해놓고 만족해 하고 있는 것
같다.

중소기업들은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듯하다.

단지 용감한 창업가들만이 많은 시행착오와 함께 좌충우돌하면서 기존 제도
들과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이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다.

인터넷은 다른 나라 기업들의 경쟁을 즐길 수 있는 불구경거리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뛰어 들어 씨름을 해야하는 실제 상황이 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인터넷이 갖는 글로벌 환경의 특수성
으로 인해 경쟁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선택은 그 게임에 참가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아니라 이길 것이냐 질
것이냐이다.

얼마전에 세계적인 할인점이 서울 근교 어느 지역에 문을 열었다고 온 언론
이 걱정에 찬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다.

그러나 그 할인점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여파는 생각보다 작다.

인터넷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사이버 공간이 미칠 수 있는 국토의 전지역이 영향권에 든다.

우리 스스로가 인터넷마케팅 체질을 강화시키지 않으면 조만간에 인터넷
선진국의 마케터에게 우리 상권을 손쉽게 잠식당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은 지금까지 새로운 경쟁환경에 보수적으로 대응해 왔다.

과거에는 이 보수성이 성공요인이 될 수 있었으나 새로운 무국경 세계시장
경제하에서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1등만이 큰 보상을 받는다.

1등이 되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분석하고 판단해 미지의 세계를 앞장서
갈수 있는 개척정신 정보력 지식이 필요하다.

현재 인터넷 선진국과 우리와의 격차는 그리 크지 않다.

그런데 이 상태로 간다면 시간이 갈수록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는데 문제점이 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는 인터넷마케팅이라는 새로운 경쟁 패러다임에 관한
지식을 축적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마케팅이란 흔히 떠올리는 전자상거래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인터넷쇼핑을 이용한 전자상거래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인터넷은 마케팅의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법을 창조하고 있다.

인터넷광고와 뉴스그룹이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서 기존 매체를 이용한
광고와 상호 보완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저렴한 방법이다.

무엇보다도 인터넷은 고객 대상의 긴밀한 서비스를 하는 수단으로서 최적
이다.

그리고 인터넷상의 상품전략, 상표전략 및 가격전략은 미지의 경쟁분야이다.

인터넷은 마케팅 조사기법의 향상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모든 고객과의 정보는 데이터베이스화하여 1대1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인터넷마케팅을 성공시키려면 다양한 전략분야의 마케팅믹스를 통합적으로
계획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말단사원으로 하여금 컴퓨터와 적당히 시간을 보내게
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그저 온라인상의 회사 브로셔일 뿐이다.

최고경영자와 임원급의 인터넷마케팅에 대한 비전및 전략적 판단과 지원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의사결정을 도와 줄 수 있는 정보나 전문가 및
연구기관이 아직 별로 없다는 사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지금부터라도 더 많은 기관에서 공용정보를 창출하고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가를 산.관.학 협동으로 양성해 나가야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