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론이 세계적으로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은 이미 금리를 내리고 경기부양에 나섰다.

일본에서도 24조엔(2백40조원)을 들여 대규모의 경기부양을 서두르고 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나름대로 경기를 부양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번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정상회의에서도 선.후진국 모두가 세계경기를
부양시키는데 협력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에 있어서 선진국과 IMF(국제통화기금)체제하에 있는 아시아
개도국의 입장은 같지 않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경기대책은 그 방법선택에 있어 매우 신중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선진국들은 현재의 세계적인 경제위기속에서 오히려 호황을
누려온 국가들이다.

당장 구조조정의 부담도 없는 나라들이다.

그리고 일본은 구조적인 내수부족이 문제의 근본원인이다.

이 때문에 국제수지 흑자가 쌓여 올해에도 1천3백억달러의 경상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 선진국은 내수진작에
의한 과감한 경기부양정책을 써야 한다.

이것은 세계경제를 위해서도 그렇고 자국경제를 위해서도 그렇다.

그러나 경제위기를 맞고 있는 아시아 개도국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 지역은 경제회생을 위해 고통스러운 구조조정을 해야 하며 위기탈출을
위해 국제수지의 흑자기조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두가지의 큰 부담을 안고
있다.

구조조정을 하자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감량을 해야한다.

실업과 내핍의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제수지의 흑자기조를 정착시키자면 총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를 줄여야 하는 것이다.

결국 구조조정을 하고 국제수지를 흑자로 지키자면 어느 정도의 불황과
고통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된다.

여기에 아시아 개도국들의 경기부양정책에 한계가 있다.

경기가 어렵다고 경기부양책을 쓰다보면 자칫 구조조정과 국제수지개선이라
는 근본문제를 훼손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대책은 그 수순과 방법을 잘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상황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 우리나라의 구조조정은 각 부문에서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앞으로 경기는 서서히 회복되고 고통도 차츰 줄어들겠지만 기본적으로
구조조정 노력은 향후 5년이상 지속해야만 우리경제가 새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국제수지도 올해 3백50억달러의 경상흑자가 예상되고 있는데 이러한 흑자는
불황이라는 고통의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이러한 흑자기조는 우리나라가 외채에서 벗어날 때까지 정착시켜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구조조정과 국제수지 개선이라는 기본 과제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서 돈을 풀되 소비와 투자를 직접 부양하는데 풀지
않고 구조조정을 하는데 푸는 것이다.

경기부양책이란 결국 돈을 푸는 것이다.

이 돈은 어떻게 풀것인가 하는것이 문제이다.

돈을 소비와 투자를 직접 증대시키는데 푼다는 것은 예컨대 소비자금을
방출한다든가 또는 공공투자사업을 벌여 이른바 뉴딜정책을 추진하는 경우
이다.

이럴 경우 경기대책은 구조조정과 국제수지개선노력에 정면으로 상충된다.

돈을 구조조정 목적에 푼다는 것은 예컨대 금융부실채권정리, 기업구조조정
을 위한 기업지원, 구조조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대책, 산업자금의 원활한
순환을 위한 생산자금공급 등의 목적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돈이 구조조정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나가기 때문에 구조조정과
국제수지라는 두가지 기본과제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경기의 활성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