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되살아나고 있다.

아시아 위기 이후 줄곧 우려돼온 각국의 무역장벽 쌓기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 브라질, 태국 등에서도
자국산업 보호를 위한 수입규제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수입규제분야도 철강, 반도체, 섬유, 농산물 등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이로인해 세계무역이 크게 위축돼 세계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보호무역정책이 가장 노골적으로 표면화되고 있는 분야는 철강산업이다.

이미 미국 상무부가 한국 등 3개국의 스텐레스강 제품에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내린데 이어 유럽 철강업계도 수입철강에 대해 반덤핑 제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철강산업연합회(EUROFER)는 다음주중 한국 등 8개국의 열연코일
제품에 대한 반덤핑 소송을 EU집행위에 공식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11일 대통령자문기구인 수출위원회에서의 연설을
통해 "미국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저가 수입품의 미국시장 쇄도를
더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을 위해
선진국이 시장역할을 해야한다"던 미국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윌리엄 데일리 미상무장관은 "우선 철강산업에 대해 보호조치가
취해졌지만 세계 각국들이 반도체 기계공구 섬유 등에 대해서도 곧 저가
수입품 급증에 따른 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EU반도체업계는 최근 EU집행위원회에 한국산 D램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요청했다.

선진국들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은 개도국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같은
선진국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EU는 바나나 수입문제로 미국과 마찰을 빚고 있으며 일본은 임.수산물
시장개방 문제로 미국, 호주와 갈등을 겪고 있다.

개도국들도 보호무역쪽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태국정부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APEC 역내
무역자유화 계획을 일정기간 유보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말레이시아 국책연구소에서도 "무역자유화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이에
동조하는 견해를 발표했다.

중국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롱용투(용영도) 부부장도 베이징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99년말까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독자적인 보호무역주의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중남미 최대 경제국인 브라질도 지난 10월1일부터 한국등 아시아산 저가품
수입규제를 위한 5개 조치를 시행했다.

<>위생검역통제 강화 <>품질증명서 요구 <>수입업자 등록기준 강화
<>반덤핑등 무역보호조치 신속처리 <>원산지증명 요구 등 비관세장벽을
높이는 조치들이다.

또 브라질 철강업체들은 한국산 등 수입철강제품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준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같은 보호무역주의 추세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보호무역은 개도국의 경제회복을 저해해
결과적으로 미국상품의 수출시장을 축소시키는 결과만 낳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