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초 대덕 한국기계연구원의 1.1km 시험선로에서는 두칸짜리
자기부상열차(모델명 UTM)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체 무게가 무려 42t에 달하는 이 자기부상열차는 시동을 거는 것과
동시에 선로위로 1.1cm 가량 떠올라 20초만에 시속 50km의 속도를 냈다.

6%의 급경사 구간과 최소곡선반경 60m의 구간도 무리없이 통과했다.

우리나라의 국책사업인 자기부상열차사업의 2단계 실용화에 성공하는
순간이다.

이로써 우리도 2002년께면 공중을 나는 최첨단 교통수단인 자기부상열차를
타볼 수 있게 된다.

현대정공과 한국기계연구원의 공동작품인 이 도시형 자기부상열차는
외국선진기술을 빌리지 않고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했다.

자기부상열차의 개발은 세계에서 네번째.

실용화에 성공하기까지 만8년이 걸렸으며 1백88억원이 투입됐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시험선로를 달린 이 자기부상열차 1편성은 현대정공이
지난 97년 4월 제작한 실용화 모델 제1호 시험차량과 지난7월 제작한
실용화 모델 2호 차량을 이어붙인 것.

1량당 정원 1백20명이며 1량의 길이는 13m, 폭 3m, 높이 3.96m이고
차체무게가 21t이다.

1백20명 정원을 태우면 1량의 무게만 28t에 달한다.

이렇게 무거운 철차가 어떻게 공중에 떠서 달리게 되는 것일까.

UTM은 차량을 공중에 띄울때 궤도에 설치된 철레일과 차량에 설치된
전자석간에 서로 잡아당기는 흡인력을 이용한다(상전도흡인 방식).

열차가 나가도록 하는 것은 회전형의 전동기를 직선상으로 전개한
선형전동기를 쓰고 있다.

이중 특히 중저속용인 선형유도방식을 채택했다.

차량에 달린 리니어모터에 전기를 흘려주면 전자석의 축에 해당하는
레일(리액션플레이트)에 특정방향의 힘이 생겨 열차를 움직인다.

자기부상열차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현대정공 마북리 기술연구소
김국진 박사는 "UTM의 각종 시험주행에서 주행능력, 소음 및 진동문제 등
모든 평가항목에서 우수한 점수가 나와 실용화 차량을 제작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고 말한다.

제2단계 사업에 성공함에 따라 현대정공과 한국기계연구원은 이달중
자기부상열차 종합시스템 개발에 착수해 2002년 9월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국책사업의 3단계에 돌입하는 것이다.

이것은 차량운행을 위한 교통신호시스템과 종합사령실 운영 등 실용화를
위한 최종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자기부상열차의 가장 큰 장점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훨씬 환경친화적이라는
것.

레일위를 떠서 달리기 때문에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기존의 바퀴식 열차가 80dB의 소음을 내는데 비해 자기부상열차는
50dB(일반 사무실소음)에 불과하다.

배기가스가 나오지 않고 철분진 고무분진 매연도 없다.

안전성이 높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차체가 레일을 감싸안는 구조로 돼있어 탈선 위험이 없고 비상용 바퀴가
있어 매우 안전하다.

더욱이 승차감이 좋고 주행.제동능력이 우수하다.

레일 위를 떠서 달리기 때문에 차체가 떨리지 않는다.

또 레일과 접촉하지 않고 달리므로 미끄러짐이 없어 급가속, 급제동할
수 있다.

경사를 오르는 능력(등판능력)도 바퀴식의 약 2배인 6%에 달하며 차량곡선
반경도 바퀴식이 2백m인데 비해 이 열차는 60m다.

IMF(국제통화기금)시대에 가장 호소력있게 와닿는 것은 이처럼 장점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설치비용이 지하철의 3분의1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소음이 적기 때문에 도심에서도 고가구조로 건설할 수 있어 토목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하철은 건설비용이 km당 약 5백억~6백억원이 들지만 자기부상열차는
1백80억원정도면 된다.

마모 부품이 없어 유지보수비도 적게 든다.

현재 현대정공과 한국기계연구원은 국책시범노선으로 영종도 신공항내
순환노선 건설제안서를 제출해놓고 있다.

대전시 유성구 노선, 제주도관광 순환노선, 설악관광단지노선 등도
선로건설지역으로 검토하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21일자 ).